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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44

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다카노 가즈아키의 데비 작인 추리소설 13계단입니다. 정통적 일본 추리 소설 작품으로, 10년 전의 살인 사건의 수사를 통하여 한 사람의 누명을 벗기기 위하여 노력하는 내용입니다. 아주 기발한 트릭이나 추리는 나오지 않지만, 이야기 자체에 충실하여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들과 함께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일본 소설 특유의 주제의식으로 사법제도와 사형제도에 대하여 계속해서 어설픈 고민을 던지는 것은 다소 거슬리기는 합니다만, 이야기 자체가 힘이 있기 때문에 소설은 충분히 잘 읽힙니다. 주인공은 과실 치사로 사람을 죽인 미카미 준이치와 교도관 난고 쇼지로 이 두 인물이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는 사카키바라 료의 누명을 밝히기 위하여 10년 전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전개됩니다.. 2022. 8. 28.
허상의 어릿광대,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입니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구사나기 형사와 유가와 교수입니다. 꽉짜인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각 단편은 쉽게 쉽게 술술 넘어갑니다. 이야기를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이 작품의 단편들은 작가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내세워서 즐겁게 썼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많습니다. 역사에 남은 위대한 고전들은 모두 그런 고전이 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저 쉽고 재밌게 읽히는 이야기는 그런 고전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읽히는 이야기가 가진 힘은 그 나름대로의 대단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정말 즐겁게 본인의 상상력을 풀어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더 놀랍습니다. 좀처럼 재밌는 글을 쓰지 못하는 저에게는 더 .. 2022. 3. 30.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체코의 국민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작품입니다. 작가는 이 책을 자신의 삶과 작품 전체를 상징하는, 그가 쓴 책들 가운데 가장 사랑하는 책이라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옮긴이의 말) 본문은 총 132 페이지에서 끝납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던 작가가 이 짧은 책을 일생의 역작으로 고백했다고 했습니다. 보후밀 흐라발은 1914년에 체코에서 태어났습니다. 또 다른 체코의 국민작가 밀란 쿤데라와 많이 비교되었다고도 합니다. 1900년대 초중반을 관통하는 세계대전 시기, 그리고 이후의 소련에 의한 점령 시기를 지나면서 두 작가의 행보는 비교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밀란 쿤데라가 프랑스로 망명하여 불어로 책을 쓴 반면에 보후밀 흐라발은 체코를 떠나지 않고 체코어로 글을 썼다고 합니다. 전업 작가가 될 수 없었던 흐.. 2022. 2. 14.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콜슨 화이트헤드의 소설입니다. 인종 차별, 아동 학대에 대한 고발적 성격을 가진 작품입니다. 1970년대 미국이 배경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참혹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이 픽션임을 밝혔지만, 수많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음도 동시에 분명히 했습니다. 니클은 학교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사실상 소년범 수용소였고 주인공인 흑인 학생 엘우드는 그곳에서 끔찍한 일을 당했습니다. 억울하게 그곳에 수용되었지만, 그가 억울한지 아닌지에 세상은 물론 관심이 없었고, 그곳에 수감되어 있는 대부분의 흑인 아이들에 대하여도 그랬습니다. 세상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은 처참하게 죽어갔습니다. 작가는 마치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 적었습니다만, 그 담담한 문장들에서 작가의 분노를 읽어내기는 어렵.. 2022.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