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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2

꿈과 살인 둔탁한 촉감. 그렇게 금속 배트를 타고 진동이 전해져 왔다. 금속을 두들길 때의 그 강한 충격은 아니지만, 석고상처럼 무르지는 않았다. 그것은 뭔가를 으깨는 느낌. 단단하지만 너무 단단하지는 않은 어떤 것을 으깨는 느낌이었다. 이 꿈은 처음이 아니었다. 언제나 시작은 이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것부터다. 그리고 앞으로 고꾸라진 사람을 수차례 내리친다. 머리가 짓이겨지고, 더 이상은 사람의 머리 모습이라 보기도 어렵다. 모든 것이 평소에 꾸던 자각몽과 동일했다. 그는 현실의 스트레스가 이런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칫 위험한 망상이지만, 꿈인데 무엇이 어떠랴. 오히려 이런 꿈이 현실의 자신을 건강하게 해주는 것이리라. 심지어 그는 자신의 파괴본능에 휩싸여 현실이라 생각하고 이 배트를 휘두르는 것도 .. 2022. 1. 24.
명상 살인, 카르스텐 두세 독일 작가 카르스텐 두세의 소설입니다. 작품의 제목은 뭔가 신묘한 트릭이 있는 추리 소설의 느낌이 듭니다. 명상 살인이라뇨.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나열되어 뭔가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제목은 매우 정직합니다. 표지조차 정직하죠. 독일 작품답다고 해야 할까요. 작품은 문자 그대로 명상, 그리고 살인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추리 소설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못할 것도 없죠.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가 숨겨놓은 기발한 트릭, 사건의 진상을 탐정과 함께 추리하고 싶으시다면 그것은 무리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류의 작품은 아닙니다. 클리셰란 클리셰는 온통 뒤집어 엎어버리고, 블랙 코미디로 무장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웃음을 자아냅니다. 작가가 마음.. 2021.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