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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명상 살인, 카르스텐 두세

by 읽고보고맛보고 2021. 8. 25.

 

독일 작가 카르스텐 두세의 소설입니다. 작품의 제목은 뭔가 신묘한 트릭이 있는 추리 소설의 느낌이 듭니다. 명상 살인이라뇨.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나열되어 뭔가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제목은 매우 정직합니다. 표지조차 정직하죠. 독일 작품답다고 해야 할까요. 작품은 문자 그대로 명상, 그리고 살인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추리 소설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못할 것도 없죠.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가 숨겨놓은 기발한 트릭, 사건의 진상을 탐정과 함께 추리하고 싶으시다면 그것은 무리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류의 작품은 아닙니다. 

 

클리셰란 클리셰는 온통 뒤집어 엎어버리고, 블랙 코미디로 무장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웃음을 자아냅니다. 작가가 마음껏 보여주는 삐딱함에 속이 다 시원합니다. 블랙 히어로도 아니고, 공포의 사이코패스도 아닙니다. 어설픈 주인공이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지도 않습니다. 엄청난 치밀함을 보여주는 홈즈나 루팡 같은 인물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지 않은, 분명히 어딘가 특이한 이 인물은 놀라운 매력을 뿜어냅니다.

 

물론 언제나 수많은 작가들은 과거를 부수고,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클리셰가 클리셰인 것은 보통 이유가 있습니다. 때문에 그걸 부수고자 하는 시도들은 보통 재밌는 작품으로 연결되지 못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것을 해냈습니다. 클리셰를 정말 화끈하게 때려 부수면서 재미있는 블랙 코미디를 완성했습니다.

 

이야기의 의미와 교훈을 찾는 분이라면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새로운 발상에 목마른 분이라면 매우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