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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19

이상한 밤의 주인공 - 2 "그래 올해 몇 살이지? 33살? 34살? 그렇다면 아직 중반부로 진입하기 시작할 즈음이로군. 아 미안하네. 생각해보니 내가 계속 반말로 말하고 있군. 내게 자네는 너무 익숙한 사람이라 그렇게 되고 말았네만,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하겠네. 하지만 자네는 이런 건 개의치 않는 사람이지. 오히려 이 정도로 연장자의 앞에서는 그가 반말로 말을 건네는 것이 더 편할 거라 생각하네. 좋아. 다행이군. 그럼 얘기를 계속하지. 내가 자네에 대하여 쓴 것이 워낙 예전이라 오늘의 이 에피소드를 적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군. 어쩌면 최종적으로는 삭제했을지도 모르겠네. 자네의 이야기는 꽤나 긴 세월을 다루고 있거든. 좋아. 우선 물어보고 싶은 건 자네의 권태에 대하여야. 나는 자네의 권태를 이해하기 위하여 무진 애를 썼다네. .. 2022. 5. 28.
이상한 밤의 주인공 - 1 분명 시작은 편의점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맥주가 다 떨어졌거든요. 아직 잠은 안 오고, 산책 겸 편의점이나 다녀오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집 바로 앞에도 편의점이 있지만, 산책도 겸하고 잇었기에 더 먼 곳에 있는 편의점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정말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가게들은 다 문을 닫았고, 거리에 사람도 없었습니다.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만 처량하게 밝았습니다. 그래도 이제 봄에 접어드나 싶은 그런 날씨여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추운 겨울을 지나서 산책을 할만한 날씨가 되었으니까요. 전 걷는 걸 좋아하거든요. 두꺼운 패딩을 입지 않고 가벼운 후드 집업만 걸치고도 쾌적했어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더워서 산책이 힘들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이나 이 시기를 즐겨야겠다는 생각.. 2022. 4. 26.
한 밤 청년은 창백한 거리를 걸어갔다. 몇몇의 편의점 불빛, 그리고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취객의 걸음걸이로 거리는 완성되어 있었다. 청년은 기분이 좋다. 완벽한 하루를 보냈기 때문이다. 청년은 오늘 목표했던 코드를 완성했고, 며칠을 진도를 나가지 않았던 책을 거의 다 읽었고, 훌륭하게 운동을 끝냈다. 이제 그가 좋아하는 드라마 한 편과 함께할 맥주만 사 오면 완벽하다. 가벼운 발걸음과 콧노래가 정적을 깨운다. 순간 청년은 누군가 들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만, 저 멀리 비틀거리는 양복 차림의 아저씨를 제외하면 이 거리는 완벽히 조용하다. 앉아있는 여자. 건물 주차장과 주차장을 나누는 낮은 벽돌담. 그 위에 한 여자가 앉아있다. 청년은 궁금증이 동한다. 높은 하이힐, 그리고 몸.. 2022. 3. 5.
눈물 설명 왜 울었던 걸까. 눈물은 다수의 동물에서 나타나는 슬픔의 표현이다. 악어의 눈물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악어라는 동물이 슬플 때 울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아님을 설명해 준다. 물론 동물의 눈물에 대하여 많은 이견이 있겠지만, 많은 동물들이 고통에 대한 반응의 하나로 눈물을 흘리는 예는 아주 많이 있다. 물론 반드시 슬플 때만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니다. 하품을 하거나,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처럼 슬픔과 무관한 상황에도 인간은 눈물을 흘린다. 눈물샘이 자극되어 안구를 통하여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다. 어째서 인간은 슬플 때 눈물을 흘리도록 진화하였을까? 다른 동물들은 어째서 그렇게 진화하였을까? 슬픔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은 우선 덮어두도록 하자. 지금은 슬픔과 눈물의 연관관계를 더 들여다볼 때.. 2022.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