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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다카노 가즈아키의 데비 작인 추리소설 13계단입니다. 정통적 일본 추리 소설 작품으로, 10년 전의 살인 사건의 수사를 통하여 한 사람의 누명을 벗기기 위하여 노력하는 내용입니다. 아주 기발한 트릭이나 추리는 나오지 않지만, 이야기 자체에 충실하여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들과 함께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일본 소설 특유의 주제의식으로 사법제도와 사형제도에 대하여 계속해서 어설픈 고민을 던지는 것은 다소 거슬리기는 합니다만, 이야기 자체가 힘이 있기 때문에 소설은 충분히 잘 읽힙니다. 주인공은 과실 치사로 사람을 죽인 미카미 준이치와 교도관 난고 쇼지로 이 두 인물이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는 사카키바라 료의 누명을 밝히기 위하여 10년 전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전개됩니다.. 2022. 8. 28.
이상한 밤의 주인공 - 2 "그래 올해 몇 살이지? 33살? 34살? 그렇다면 아직 중반부로 진입하기 시작할 즈음이로군. 아 미안하네. 생각해보니 내가 계속 반말로 말하고 있군. 내게 자네는 너무 익숙한 사람이라 그렇게 되고 말았네만,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하겠네. 하지만 자네는 이런 건 개의치 않는 사람이지. 오히려 이 정도로 연장자의 앞에서는 그가 반말로 말을 건네는 것이 더 편할 거라 생각하네. 좋아. 다행이군. 그럼 얘기를 계속하지. 내가 자네에 대하여 쓴 것이 워낙 예전이라 오늘의 이 에피소드를 적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군. 어쩌면 최종적으로는 삭제했을지도 모르겠네. 자네의 이야기는 꽤나 긴 세월을 다루고 있거든. 좋아. 우선 물어보고 싶은 건 자네의 권태에 대하여야. 나는 자네의 권태를 이해하기 위하여 무진 애를 썼다네. .. 2022. 5. 28.
이상한 밤의 주인공 - 1 분명 시작은 편의점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맥주가 다 떨어졌거든요. 아직 잠은 안 오고, 산책 겸 편의점이나 다녀오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집 바로 앞에도 편의점이 있지만, 산책도 겸하고 잇었기에 더 먼 곳에 있는 편의점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정말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가게들은 다 문을 닫았고, 거리에 사람도 없었습니다.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만 처량하게 밝았습니다. 그래도 이제 봄에 접어드나 싶은 그런 날씨여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추운 겨울을 지나서 산책을 할만한 날씨가 되었으니까요. 전 걷는 걸 좋아하거든요. 두꺼운 패딩을 입지 않고 가벼운 후드 집업만 걸치고도 쾌적했어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더워서 산책이 힘들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이나 이 시기를 즐겨야겠다는 생각.. 2022. 4. 26.
허상의 어릿광대,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입니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구사나기 형사와 유가와 교수입니다. 꽉짜인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각 단편은 쉽게 쉽게 술술 넘어갑니다. 이야기를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이 작품의 단편들은 작가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내세워서 즐겁게 썼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많습니다. 역사에 남은 위대한 고전들은 모두 그런 고전이 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저 쉽고 재밌게 읽히는 이야기는 그런 고전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읽히는 이야기가 가진 힘은 그 나름대로의 대단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정말 즐겁게 본인의 상상력을 풀어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더 놀랍습니다. 좀처럼 재밌는 글을 쓰지 못하는 저에게는 더 .. 2022.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