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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자율주행에 과연 라이다는 필수일까요?

by 읽고보고맛보고 2021. 1. 31.

오늘은 화재의 센서, 라이다(Lidar)에 대하여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엔지니어들의 세계에 있던 이 라이다 센서가 엘런 머스크 덕분에 그 어떤 센서보다도 유명해져 버렸죠. (물론 최근 주식 투자 붐과 함께 더 말이죠.) 

 

라이다 센서는 빛을 쏘고 받는 식으로 물체를 인식하는 센서입니다. 레이다와 차이점은 전파 대신 빛을 쏜다는 것 뿐이죠. 하지만 그 차이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빛은 입자이자 파동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주파수를 따지는 것이 불가능하죠. 이때문에 빛은 물체를 거의 투과하지 못합니다. 전파가 어느 정도는 물체를 투과할 수 있는 것에 비하여 말이죠. 이 때문에 레이다에 비하여 잃어버리는 물체가 거의 없게 됩니다. 또한 빛은 전파보다 직진성이 훨씬 우수하기 때문에 거리 측정에 있어서의 정확도도 라이다가 우수할 수밖에 없죠.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알아내기 때문입니다.)

 

ADAS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ACC (Adaptive Cruise Control)이 탄생될때, 전방 차량 인식을 레이다로 할지, 라이다로 할지에 대하여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레이다의 경우도 가격이 높기는 했지만, 몇 가지 이유로 라이다 대신 레이다가 최초의 ADAS 센서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는 가격입니다. 물론 대량생산에 따라 가격이 얼마나 낮아질지는 알수 없지만, 당시 레이다보다 라이다가 더 고가였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이유가 치명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방 차량을 인식하는 라이다는 지금의 자율주행용 라이다보다 레이어가 적었고, 그렇게 넓은 FOV (Flight of View)를 갖지도 않았기 때문이죠.

 

더 치명적인 두번째 이유는 외란 취약성이었습니다. 레이다 역시 전방으로 전파를 쏘기 때문에 전방의 커버, 오염 등에 민감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라이다가 반사율이 좋다는 뜻은 반대로 이런 커버, 오염 등에도 반사가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레이다는 전방의 커버가 반사율이 높은 재질이 아니면 어느 정도 사용이 가능하고, 또 먼지, 모래, 눈, 비 등으로 레이다 전면부가 오염되어도 전파가 뚫고 나갑니다. 하지만 반사율이 좋고, 인식 성능이 우수한 라이다는 이런 물체들에도 모두 반사가 일어납니다. 결국 날씨에도 민감하고, 라이다 장착부 전면의 오염에도 매우 취약한 것이죠.

 

세 번째 문제는 속도를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레이다는 지난번 글에서 설명했듯이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여 속도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다는 그럴 수 없었죠.

study.tistory.com/18 

 

자율주행 인식기술, 레이다에 대하여

자율주행 인식 기술의 첫 번째는 레이다에서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차에 처음으로 장착된 외부 센서는 초음파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율주행의 첫걸음을 땐 것

study.tistory.com

이런 이유들로 라이다는 레이다에 밀려납니다. 그리고 레이다가 환경 인식 센서의 기본이 되었죠. 그렇지만 라이다는 이걸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DARPA 대회와 함께 라이다는 다시 차량에 부착됩니다. 2007년 경 DARPA 대회에 많은 대학과 연구소들이 참여했고, 그들은 SICK 사의 라이다를 차량에 장착합니다. 

SICK 라이다 (출처: www.sick.com)

당시 SICK 라이다는 차량용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어서 크기도 컸고, 차량에 장착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레이다와 카메라로는 당시 DARPA 대회에서 나오는 장애물들을 모두 인식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레이다는 장애물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고, 카메라의 인식 기술로 모든 장애물을 다 인식한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죠. 더군다나 비포장로 주행이 코스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차선이 그려지지 않은 도로에서 흙더미로 만들어진 도로 경계, 그리고 도로 끝 (우리 시골길을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논두렁 같은 곳이요.)을 인식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참가자들이 생각한 것은 라이다를 차량 상부에 위치시키고 라이다로 도로, 그러니까 바닥을 스캔하면서 주행하는 것이죠.

Stanford 에서 만든 Stanley, SICK 라이다 5개가 차량 상부에 부착되어 있다.

 

DARPA 에 출전한 카네기멜론 대학의 Boss. 차량 상부에 다수의 라이다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출처: Tartan Racing: A Multi-Modal Approach to the DARPA Urban Challenge, 2007)

물론 SICK 라이다만 사용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라이다에 비하여 비교적 저렴하고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그 크기와 무게, 그리고 1개의 레이러를 갖는 라이다였기에 보조적으로 많이 사용되었죠. 당시 많이 쓰인 또 다른 라이다는 SCALA 사의 라이다입니다. 현재는 발레오와 손을 잡은 SCALA 사는 당시에 4 레이어의 라이다를 만들었습니다. SICK 사의 것에 비하여 고가였지만, 4 레이어를 앞세워서 제품을 판매했죠. 또 SCALA는 이때 라이다의 SW도 함께 판매를 합니다. 물론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레이다의 트래커와 같은 기능을 라이다에서 수행하도록 했던 것이죠. (SICK 라이다는 트래커가 없이, 단순한 물체까지의 거리 정보를 Serial 통신으로 출력하기만 했습니다.)

Valeo SCALA 라이다 (개선을 거친 최신 모델입니다.)

물론 많은 참가자들은 SCALA 의 물체 정보를 이용하는 대신 반사 정보를 직접 다른 센서의 입력 정보와 조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하여는 추후에 센서퓨전에 대하여 다룰 때 더 자세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라이다가 Velodyne 입니다. 이제 투자자분들께 익숙한 그 Velodyne 사가 등장하는 것이죠. 사실 저 위에 카네기멜론사의 Boss 차량을 자세히 보시면 차량의 지붕에 SICK 가 아닌 다른 라이다가 하나 더 장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라이다가 바로 Velodyne 사의 라이다이며, 이 라이다는 무려 64개 레이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후에 Velodyne 사는 32 레이어, 128 레이어 제품을 출시합니다.) 64개의 레이어로 인식한 정확한 거리 정보는 우리가 '라이다는 3차원 센서'라고 생각하게 만들만했습니다. 

 

DARPA가 끝나고, Stanley를 만들었던 Sebastian Thrun 교수는 구글의 자율주행팀을 이끌게 됩니다. 그는 컴퓨터 공학 교수인만큼, 라이다의 막대한 반사 정보를 효율적으로 단시간 안에 처리하는 기술 개발에 능했고, Velodyne 사의 라이다를 기반으로 구글의 자율주행을 개발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Velodyne의 라이다는 DARPA 2007 당시 64개 레이어 제품이 약 1억원에 달하는 가격이었습니다. 차량에 범용적으로 장착하기는 어려운 가격이죠. 물론 Velodyne 사는 대량생산이 적용되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 공헌하였고, 현재 어느 정도 가격도 싸진 측면이 있습니다만, 아직도 고가의 센서임은 확실합니다.

 

이에 따라 실제 차량 OEM 들은 라이다 적용에 아직 미온적이며, 현재 알려진 라이다를 장착한 양산 차량은 Audi A8 이 유일합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Valeo 사의 SCALA 라이다를 장착한 것이죠. 하지만 이 라이다가 위에 설명드린 라이다의 문제점을 모두 해결한 것은 아닙니다. 이에 따라 레이다와 카메라는 물론 차량에 장착되었고, 라이다는 전면부 클리닝 시스템 (오염이 발생하면 고압으로 물을 분사하여 전면부를 세척하고, 전용 와이퍼로 물기를 제거하게 됩니다.)을 장착하였습니다. 

차량 하부에 라이다를 장착한 아우디 A8 (출처: https://arstechnica.com/cars/2020/01/lidar-sensors-are-about-to-become-a-mainstream-car-feature/)

 

라이다 기술은 이제 다음 단계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차량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또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 더 작게, 더 싸게는 필수적인 일이죠. 물론 라이다의 특성 상 반드시 인식부가 전면으로 노출되어 있어야 해서 범퍼 내부 장착도 가능한 레이다에 비하여 디자인적인 불리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라이다가 반드시 구글카처럼 차량 상부에 거대한 시설물 형태로 장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전부를 제거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고속으로 다양한 온도와 기후 조건에서 운행을 하여야 하는 차량에서 부품의 내구성능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센서에 기계적으로 움직임이 필요한 부분은 제거되어야 합니다. 장기간 가혹한 환경에서 운영되는 차량은 이 회전부에 마모 등이 발생하여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을 유발할 확률이 높습니다. (초창기 레이다는 회전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타 센서에 비하여 양산적용 시장이 좁아 아직 기술적인 성취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만, 그것은 오히려 앞으로 그만큼 더 기회가 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직 라이다는 그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레이다와 카메라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엘론 머스크의 말처럼 '눈이 더 많다고 운전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다.'가 정답일 수도 있겠지만, 라이다는 아직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라이다의 성패를 점치는 것은 지나치게 이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