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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차의 최초 외부 인식 센서, 초음파

by 읽고보고맛보고 2021. 3. 13.

자율주행 인식 센서 5번째 이야기입니다. 오늘의 센서는 초음파입니다. 아마도 가장 많은 분들이 사용해 보았고, 가장 익숙한 센서가 아닐까 합니다. 초음파는 사실 자율주행 인식 센서라고 부르기는 애매합니다. 자율주행이 실제 활성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차량에 적용되었고, 요즈음은 주차 중 '삐삐 삐삐' 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는 자동차는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왜 초음파 센서는 이렇게 빠르게 보급되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싸기 때문이죠. 초음파 센서는 전파를 활용하는 레이더, 빛을 활용하는 라이다에 비하여 구조가 간단하고 가격이 쌉니다. 크기도 작아서 차량에 장착하기도 용이하죠. 따라서 범퍼에 초음파 센서를 장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전자식 제어기술이 발전하기 이전에도 주차 중 경고 기능 정도에는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초음파 센서는 그 한계도 명확합니다.

네이버 쇼핑에 초음파 센서 검색하면 나오는 내용입니다. 저렴한 편이죠.

초음파 센서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가격입니다. 하지만 초음파 센서가 싼 것에는 이유가 있죠. 우선은 주파수가 너무 낮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레이다나 라이다에 비해서 이지만, 소리가 빛이나 전파보다 주파수가 낮다는 것은 명확하죠. 그리고 이 주파수가 낮은 파동은 직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빛은 일자로 쭈욱 뻗어나가지만, 소리는 사방으로 퍼지는 것과 같죠.

초음파 센서도 레이다, 라이다처럼 센서에서 쏜 초음파가 물체에 맞고 튕겨져 나오는 시간을 제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초음파가 휘어지면서 온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초음파 센서의 속도 * 물체에 맞고 튕겨져 나오는 시간을 곱하여 거리를 계산하는데 이 거리가 정확하기 어렵다는 뜻이 됩니다. 이 때문에 초음파 센서의 정보는 정확하기가 매우 어렵죠. 또 초음파가 휘어지면서 나아간다는 것은 위치도 특정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빛을 활용하는 라이다는 내가 쏜 방향의 거리임이 확실합니다. 레이더는 그보다는 더 넓은 영역에 있는 물체의 거리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전파를 쏜 위치 근방에 있는 물체죠. 하지만 초음파는 사팡으로 퍼지기 때문에 정확히 내가 쏜 방향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꽤나 넓은 범위에 물체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을 가정해야 하죠. 때문에 초음파 센서는 그 인식 거리와 방향에 있어서 제법 큰 오차 범위를 가정해야 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거리를 인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입니다. 라이다는 빛을 쏘고 물체에 튕겨져 나와서 내가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습니다. 빛이 물체에 맞고 튕겨져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시할만하죠. 레이다 역시 그 시간이 크게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초음파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느립니다. 물체에 맞고 튕겨져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죠. 그 시간 동안 내가 (초음파 센서가 달린 차가) 이동한다면 어떨까요? 초음파 센서가 쏜 정보가 내 차에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 덕분에 내 차가 빨리 달리는 상황에서는 초음파 센서로 거리를 인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음파 센서는 거의 주차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자율주행 센서로 초음파를 사용하겠다는 사람들은 다 거짓말쟁이들 일까요? 초음파는 과거의 센서일 뿐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초음파 센서의 가장 큰 특징인 '싸다'는 것은 실제 산업에서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신기술 개발과 실제 차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니까요. 그럼 자동차 회사들은 이 초음파 센서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요?

 

첫 번째는 조금 더 고주파의 초음파 센서를 만드는 것입니다. 가격이 조금 올라가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초음파 센서는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큰 부담까지는 아닙니다. 기존의 초음파 센서는 직진성이 떨어지고 ~3m 정도의 거리만 인식하지만, 조금 더 직진성이 좋은 초음파 센서로 ~7m 이상의 거리도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필연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각도는 조금 줄어들겠지만, 오차는 더 줄어들게 되죠. 그리고 더 고주파의 센서는 더 빠르게 물체에 맞고 돌아오기 때문에 조금 더 고속 영역까지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저속으로 천천히 주차장에서 주행하는 환경 정도는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더 다수의 초음파 센서를 장착하는 것이죠. 전방에 4개, 후방에 4개, 그리고 측방에도 각 3개 정도씩 초음파 센서를 장착하는 것입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센서의 크기가 매우 작아서 장착이 용이하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자율 주차 기능 등을 수행하기에는 레이다를 대체하는 정보를 다수의 초음파 센서로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추후에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SLAM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같은 알고리즘을 실행하여 지하 주차장에서 내 위치를 찾고 주변 장애물의 지도를 그리면서 주행하는 방식에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SLAM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출처: www.mathworks.com

고속에서 측면의 차량을 인식하는데 초음파 센서는 무리가 있습니다. 만약 어떤 회사에서 고속도로 주행 중 중앙 가드레일을 초음파 센서로 인식하겠다고 한다면 신뢰하기 어렵겠죠. 하지만 초음파 센서는 그 가격 덕분에 자율주차의 핵심 센서가 되어있고, 충분히 보조 센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레이다가 훨씬 더 저렴해지고 라이다가 차량들에 기본으로 장착되면 그때는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이야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