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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자율주행 인식기술, 레이다에 대하여

by 읽고보고맛보고 2021. 1. 10.

자율주행 인식 기술의 첫 번째는 레이다에서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차에 처음으로 장착된 외부 센서는 초음파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율주행의 첫걸음을 땐 것은 레이다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영화보면 뭔가 녹색 점들이 깜빡깜빡하면서 '적이 나타났습니다.' 같은 얘기를 하잖아요? 잠수함에서 그런 거 쳐다보면서 얘기하는 사람이 있죠. 그 레이다와 차량용 레이다는 기본 원리가 같습니다. 이 레이다랑 자율주행에서 얘기하는 그 레이다는 같은 거라 이거죠.

 

오늘 주제가 레이다이기는 합니다만, 레이다의 인식 원리를 얘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많은 다른 분들이 자세히 설명해 주실꺼에요. 오늘 얘기하고 싶은 건 자율주행에서 레이다의 역할입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1900년대 중반에 차량에 CC라는 기능이 장착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미국 차량들에 말입니다. CC 는 Cruise Control의 약자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순항 제어'입니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조작하지 않아도 차량이 자동으로 현재 속도를 유지해주는 기능이죠. 도심에서는 거의 사용할 일이 없는 기능이기는 합니다만, 광활한 대지를 끊임없이 달려야 할 일이 많았던 미국인들에게 매우 필요한 기능이었죠. 

 

그런데 이 CC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앞차가 있으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일 수는 없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당시에 검토되던 기술이 라이다(lidar) 와 레이다(radar)입니다. 둘 다 기본 원리는 유사합니다. 전방으로 빛 또는 전파를 쏴서 튕겨서 돌아오면 이를 통하여 전방에 물체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죠. 그리고 여기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가격, 크기, 노이즈 등 자세한 건 라이다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레이다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콘티넨탈사에서 장거리 레이다 ARS100을 출시합니다. 당시의 레이다는 기계식으로 회전하면서 전파를 방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 레이다를 S-Class에 장착하고 ACC (Adaptive Cruise Control) 기능을 세상에 선보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라이다를 활용하여 쓰로틀을 조정하는 기능 등이 나온적은 있지만, 그 기능들을 ACC라고 부르기는 좀 어렵겠네요. 벤츠는 이 기능에 "Distronic"이라고 이름을 짓습니다. (현재도 그렇게 부르고 있죠) 레이다는 전방의 물체에 반사된 전파를 통하여 거리와 속도를 계산합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하여 엔진과 브레이크를 제어하죠. 이미 엔진의 쓰로틀은 전자식으로 제어가 가능했고, 브레이크는 당시 많은 차들에 보급되고 있는 ESC (Electronic Stability Control)를 활용했죠. 당시에는 ESP (Electronic Stability Program)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겠네요.

 

이제 생각해 봅시다. 자동차 회사들은 레이다를 어떻게 활용했을까요? 레이다가 전파를 이용하여 전파가 물체에 맞고 돌아오는 시간을 활용해서 거리를 측정했음은 이미 설명드렸습니다. 레이다는 또한 주파수의 변화를 활용해서 물체의 속도를 측정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레이다를 통하여 '멈춰야할' 전방 물체인지 판단이 가능할까요? 레이다는 투과성이 좋은 편이라서 먼지, 비, 눈, 안개 등 환경 영향을 많이 받지 않습니다. 또한 투과가 잘되는 재질의 물체는 뚫고 나갈 수 있습니다. (라이다의 한계 중 하나가 이런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런 특징에도 불구하고 레이다는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죠.

 

첫 번째 한계점은 어떤 물체인지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반사 강도를 통하여 재질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만, 그것이 항상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반사하는 면의 각도 등에 따라서도 반사 강도는 달라지니까요. 아무래도 전파가 수직으로 된 벽에 맞고 튕겨 나오는 것과 비스듬한 면에 맞고 튕겨 나오는 것은 다르겠죠. 결과적으로 레이다는 전방에 있는 이 물체가 차인지, 사람인지, 돌멩이인지, 종이상자인지, 공사용 콘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 한계점은 레이다의 정보가 2차원이라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레이다에서 튕겨져 나온 물체가 어떤 높이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도로의 고저차까지 있으니, 저 100m 앞에 있는 물체가 설령 금속체로 생각이 되더라도 차인지, 이정표 간판인지, 맨홀 뚜껑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들이 최초에 출시한 ACC 는 '60km/h 이상에서만' 작동했습니다. 이런 속도 환경이면 수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우선은 도로 환경이 단순해집니다. 고속 주행은 아무래도 시내보다 고속도로에서 시행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시내에 있는 수많은 물체들에서 자유로워집니다. 또한 60km/h 이상으로 달리다 보니, 전방에 따라가야 하는 차량도 60km/h 이상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레이다가 인식해야 하는 대상에서 '멈춰있는' 물체를 제외시킬 수 있습니다. 금속으로 된 구조물들과 차를 구분해야 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죠.

 

(※ 많은 ACC 기능들이 아직도 정지차에 대하여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기능적 한계는 매뉴얼에 모두 적혀있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모르고 기능을 사용하다가 사고가 나는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닙니다. 전방의 이동하는 차량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레이다의 정보에는 아직도 많은 노이즈 성분들이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돌발적으로 들어오는 정보들도 있고, 동시에 물체의 위치와 속도도 항상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레이다 업체들은 '트래커 (Tracker)'라는 이름의 필터를 설계합니다. 이 하드웨어적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것이죠. 기본 과정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칼만 필터 (Kalman Filter)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아주 대략적으로 설명하면 아래 그림과 같은 것이죠. 트랙 (Track)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물체를 통시적으로 연속해서 인식하고자 한 것이라고만 이해하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갑자기 앞차가 나타났다면 이 차는 이전에도 인식이 되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레이다 인식 거리 밖에서부터 진입했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면요. 앞차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뭐 복잡한 얘기는 일단 넘어가고, 결론적으로 이와 같이 통시적인 연결을 하면,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습니다.

1) 차가 아닌 물체들 제거: 도로의 돌이 금속처럼 큰 전파를 반사하는 순간도 때때로 있겠지만, 이런 반사가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2) 정보 정확도 향상: 아무래도 과거 데이터랑 비교해야 현재 정보가 더 정확해 지겠죠?

 

그렇다면 현재의 레이더는 어떨까요? 중요한 트렌드는 어떤 것일까요?

 

첫 번째는 소형화, 경량화입니다. 기계적으로 회전하는 부분을 제거하고 안테나 설계를 변경하면서 레이더는 크기가 작아지고, 무게가 가벼워졌죠.

 

두 번째는 인식 거리의 발전입니다. 더 빠른 속도로 차가 달리려면 더 먼 거리를 봐야겠죠? 현재의 레이더는 통상적으로 약 250m의 인식 거리를 가집니다. 전방 250m에 있는 차를 인식할 수 있다면, 200km로 주행하는 차량도 큰 문제없이 앞차에 대응할 수 있겠죠?

 

세 번째는 해상도입니다. 레이다 주파수가 향상되면서 (24 GHz ==> 77 GHz, 최근에는 79 GHz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레이더 자체의 해상도가 좋아지고, 이에 따라 거리 인식 정확도가 좋아지고 있는 것이죠. 위에서 설명의 편의를 위하여 차량의 전방에 부착되는 ACC 용 레이더를 주로 설명드렸습니다만, 차량의 후측방에 장착되는 BSD (Blind Spot Detection) 레이더 또한 그 역사가 길고 활용도가 높습니다. 이 레이더가 주로 24 GHz를 사용하였죠. 사각지역 감시라는 비교적 짧은 인식 거리가 요구되었기 때문에, 사각지역에 차가 있는지 없는지만 감시하면 되는 목적이라 정확도도 크게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레이더를 기반으로 사고를 방지하는 기능들이 적용되면서 더 높은 정확도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물론 자율주행 기능을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죠. 최근의 레이다들은 거의 라이다 수준의 해상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우 조밀한 해상도로 물체의 윤곽을 인식할 정도로 정밀해지고 있는 것이죠. 3D 레이다라고 불리는 다음 세대의 레이다는 물체의 높이 정보까지 인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레이다와 라이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측면이 있는 것이죠.

 

네 번째는 센서퓨전, 통합 ECU의 발전입니다. 복합센서를 바탕으로 센서퓨전 기술들이 적용되면서 레이다는 이제 '위성 센서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 레이다 업체들은 차량에서 작동하는 기능까지 책임졌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레이다 업체가 레이다를 OEM에 공급할 때 그 레이다로 할 수 있는 기능 SW를 레이다에 적용해서 판매한 것이죠. 전방 레이다면 ACC 기능을, BSD 레이다라면 BSD 기능을 포함해서 레이다를 판매한 것이죠. 하지만 OEM들이 다수의 센서로 기능을 구현할 필요가 생기면서 기능 SW를 OEM이 별도의 ECU에서 수행하게 되었죠. 그리고 이제는 아예 레이다, 카메라와 같은 센서에서 트래커 같은 SW 기능을 모두 제거하고, 모든 센서의 정보를 하나의 강력한 ECU로 가져와서 통합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Tesla가 아주 좋은 예죠. 센서퓨전과 기능 작동을 모두 이 ECU에서 책임지는 것입니다. 레이다와 같은 외부 센서는 정말로 아주 기본적인 빔을 쏘고 받는 것만 수행하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위성 센서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즈음 출시되는 차량들은 레이다가 다수가 들어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벤츠는 제법 오래전부터 고급 차량 라인업에 전방 레이다 3개 그리고 후면에 레이다 3개를 장착했죠.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는 알 수 없지만, 레이다는 현재 물체의 이동 속도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센서이기에 자율주행에 필수 센서의 하나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표적인 레이다 업체는 보쉬(BOSCH, 독일), 콘티넨탈(Continental, 독일), 앱티브(Aptiv, 미국), 오토리브(Autoliv, 스웨덴), 헬라(Hella, 독일), 발레오(Valeo, 프랑스), 덴소(Denso, 일본), 만도(Mando, 한국)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