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율주행

자율주행 단계에 대하여

by 읽고보고맛보고 2021. 1. 3.

저는 주린이 입니다. 주식의 주도 모르지만 올해 열심히 경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굶어 죽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가 요즈음 시장에서 엄청나게 핫한 자율주행에 대하여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걸 봤습니다. 유튜브에 제가 애정하고 구독하는 많은 유튜버 분들이 모두 한 번씩은 설명하시는 것 같아요. '슈카월드', '박종훈의 경제한방', '삼프로TV', '자동차 미생', 거기에 경제 방송들까지 포함하면 수도 없네요.

 

그런데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자율주행의 기술적인 내용은 조금 더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뭘로 시작해 볼까 좀 고민을 했습니다. 인식 기술도 엄청 큰 주제입니다. 자율 주행차에는 외부 인식 센서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스테레오 카메라, 초음파, 여기에 GPS, V2X도 외부 인식 기술의 하나로 취급할 수 있습니다.)들이 많이 장착되니까요. 여기에 정밀 지도 얘기, Localization 문제, 센서 퓨전 기술까지 합치면 정말 엄청 많은 기술적 문제들에 대하여 얘기하게 될 겁니다. 또 조향, 제동의 제어 문제도 있죠. 샤시 시스템의 제어 문제도 있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주제는 엄청 많지만 아마도 제일 먼저는 자율주행 단계 구분이 왜 그렇게 되어 있는지 그게 무슨 뜻인지 얘기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건 사실 너무 많은 분들이 혼동하시는 부분이고, 그게 왜 그런지를 먼저 전하고자 합니다.

 

(출처: SAE.org)

우선 이 자율주행 단계를 정의한 곳은 SAE입니다. SAE는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의 약자입니다. 우리말로는 '자동차 공학회'라고 해야겠네요. 이 자동차 공학회는 미국의 자동차 개발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디트로이트에서 매년 열리는 학회로, 전 세계의 자동차 연구자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나누는 자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자동차 관련 학회, 특히나 자율주행 관련 학회는 엄청나게 많습니다만, SAE는 그 나름대로의 권위를 가진 학회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는 한국 자동차 공학회인 KSAE, 일본에는 JSAE 등 이 있죠.

 

아무튼 각설하고, 이 SAE에서 자율주행 관련 용어 정리를 정리할 필요를 느낍니다. 자동차 공학회의 자율주행 관련 분과에서 회의를 진행하죠. 이 분과회의는 오직 자율주행 단계만 정리하기 위한 건 아닙니다. Self-driving, Unmanned Driving, Automated Driving, Autonomous Driving, Driverless Vehicle 등 용어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우선 Unmanned, Driverless 등의 단어가 제외되었습니다. 자율주행이 항상 '운전자가 없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였죠. 그 외에도 제가 알지 못하는 논의들을 거쳐서 'Automated'가 가장 통상적인 용어가 되었습니다.

 

(출처: http://cyberlaw.stanford.edu/blog/2013/12/sae-levels-driving-automation)

그리고 내놓은 자율주행 단계 구분입니다. 최초에 SAE의 자율주행 단계 구분은 위 그림이었습니다. 앞에서 나온 그림도 단계 구분은 동일하지만 더 대중적인 이해를 돕기 위하여 예시가 추가되고 설명조로 말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과형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 먼저 나온 표가 더 설명드리기 편하기에 아래의 단계 구분을 바탕으로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상단의 카테고리 구분입니다. 총 4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 Execution of steering and acceleration/deceleration : 기본적인 차량의 조향, 가속, 감속 작동입니다.

- Monitoring of driving environment : '주행 환경'을 감시하는 일입니다.

- Fallback performance of dynamic driving task : 'dynamic driving task'를 수행하는 일입니다.

- System capability (driving modes) : 시스템 역량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용어만 보시면 이게 무슨 소리인지 하실 수 있는데, 우선 한 가지씩 짚어 보겠습니다. 우선 표를 보시면 이 4가지 행동을 사람(Human driver)이 하는지, 아니면 차(System)가 하는지에 따라서 자율주행 단계가 달라지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우선 0 단계는 기본적인 차량의 조향, 가속, 감속을 포함해서 모든 운전을 사람이 수행합니다. 아주 전통적인 운전을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이 부분은 추가 설명은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 1단계를 를 보시면 이 기본 운전 기능을 사람과 차가 함께 수행하는 것을 얘기합니다. 혹시 ACC (Adaptive Cruise Control)이라는 기능 알고 계신가요? 이 기능은 운전자가 가속/감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앞 차량과 충돌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도록 속도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리도록 해주는 기능입니다. 과거에 존재하던 CC (Cruise Control) 기능의 진화형이죠. CC는 미국과 같이 매우 긴 거리를 혼자 달려야 하는 차량들에 많이 적용되던 기능입니다. 레버를 작동시키면 더 이상 액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량이 현재 속도를 쭈욱 유지하도록 하는 거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까지요. 이 기능의 진화형으로 콘티넨탈에서 처음으로 차량 전방에 레이더를 달고 전방 차량과 속도, 거리를 유지하도록 만든 기능이 ACC입니다.

글이 조금 다른 쪽으로 빠졌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오늘 주제는 이것은 아니고, 이제 ACC 기능을 켜고서 사람이 주행을 하게 되면 사람은 조향을, 차는 가/감속을 수행하게 되겠죠? 이것이 자율주행 1단계의 상황입니다. 그리고 1단계의 우측에 확인해 보시면 'Some driving modes'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모든 주행 상황에서는 안된다.'라는 뜻입니다. 쉽게 ACC 기능이 가/감속을 제어해주기는 하지만, 이는 앞 차량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보고서 차량을 세워주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죠. 고속도로 등에서 앞 차량을 따라가는 주행 모드 (driving modes)에서만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제 2단계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1단계와의 차이는 기본적인 차량의 운전을 이제 시스템이 완전히 넘겨받았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차량이 스스로 조향, 가속, 감속을 모두 수행하죠. 하지만 여전히 'Some driving modes'입니다. 이 뜻은 여전히 '앞 차량을 따라가는 상황'과 같이 제한적 상황에서만 조향, 가속, 감속을 모두 수행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상황 등에서는 사실 이렇게 '앞 차량을 따라가는 상황'만 3시간이고 4시간이고 펼쳐지고는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자율주행 기능이 이 2단계에 있습니다.

 

이제 3단계를 보시면 제가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았던 'Monitoring of driving environment'가 등장합니다. 이는 '주행 환경'을 감시하는 일입니다. 그럼 '주행 환경'이라는 것은 뭘까요? 그것은 운전자가 주행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입니다. 운전자가 조향, 가속, 감속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인자를 말하는 것이죠. 차선, 앞차, 옆차, 가드레일, 표지판, 신호등, 공사구간같은 이 모든 인자의 감시를 시스템이 수행한다는 것은 이제 자율주행이 다음 단계로 넘어왔음을 의미합니다.

(출처: hankyoung.com)

2단계까지 운전자는 전방 주시의 의무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자율주행차가 주변 환경 감시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자율주행차는 어디까지나 차가 확인할 수 있는 주행 모드에서 주행할 뿐입니다. 뭔가 자율주행차가 인식하기 어려운 주행 환경이 발생하였을 경우, 이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은 운전자의 몫이었죠. 그래서 유럽과 국내 법규는 2단계 자율주행 차량에 'Hands-off detection' 기능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재조사에 동일하게 들어가 있죠. (Tesla 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율주행 중에도 운전자가 조향 휠에 손을 올려놓아야 하고, 주행 환경을 감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3단계는 'Fallback performance of dynamic driving task'는 사람이 수행합니다. 이것은 또 무슨 뜻일까요? SAE는 운전이라는 행위를 몇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주행과 주차로 나누지 않더라도, 주행 중에 운전자가 수행하는 행동은 다양하다는 것이죠. 일단은 쉽게 '차로 유지', '차로 변경', '좌회전', '우회전' 같은 행위를 생각해볼 수 있죠. 여기에 더 뭐가 있을까요? '횡단보도 앞 정지', '공사 구간 통과', '뚝방길 주행', '평행 주차', '후진' 같은 것들이 더 있겠죠? 그리고 자율주행 3단계는 이 모든 행위를 차가 수행하지는 않습니다. '차로 유지' 상태의 일반 주행은 자율주행이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좌회전', '우회전' 같은 행위는 사람에게 맡겨도 3단계에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SAE에서는 어떤 DDT, Dynamic Driving Task 까지 차가 수행해야만 3단계에 해당하는지는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2단계와 무슨 차이일까요.

(출처: lawtalk.co.kr)

2단계는 'Monitoring of driving environment'를 시스템이 수행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벤트가 발생하여 특정한 운전을 수행해야 함은 3단계와 동일하더라도, 그 특정한 이벤트의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 책임이 2단계까지는 운전자에게, 3단계에는 시스템, 곧 차에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2단계까지 운전자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똑바로 대처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하지는 않는지 계속 주시해야 합니다. 2단계 자율주행에서 차량은 운전자에게 자율주행을 똑바로 수행할 수 없음을 고지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많은 제조사가 이것을 어느 정도는 수행하고 있지만, 100% 자율주행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고지하는 제조사는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3단계는 운전자에게 자율주행을 똑바로 수행할 수 없음을 고지해야 합니다. 때문에 MRM의 개념이 등장합니다. 최소 위험 관리 (MRM, Minimum Risk Management)라는 뜻입니다. 자율주행이 최소한의 위험을 보장하도록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죠. 이는 차량이 고장을 진단하고, 상황을 인식하고 비상 상황에는 차량을 정지시키는 것을 포함한 모든 위험 최소화의 제어를 수행하는 것으로, 관련 법규가 제정되고 있죠.

2단계까지는 모든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있게 됩니다. 하지만 3단계부터는 자율주행이 정상 작동하는 상황이 아님을 운전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사고 책임은 차 (제조사)에 있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부터는 이제 해석이 어려워집니다. 그럼 차의 과실이 아닌 사고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실제 생활에서 100:0의 사고가 별로 없다는 것. 그리고 각 국가마다 이 과실 산정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큰 난점이 됩니다. 'Legal Safety' 같은 개념도 등장하고 있고, 유럽을 주축으로 자율주행 기능 관련 법규 등이 제정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은 아직 없습니다. 모든 국가의 도로교통법을 다 통일하는 것도 말이 안 되니까요. (이 3단계에 요구되는 기능을 모두 만족하는 회사는 아직 없습니다. Tesla가 주로 판매되는 미국은 유럽을 주축으로 하는 자율주행 법규 제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4단계로 접어들면 이제 달라지는 것은 'Fallback performance of dynamic driving task' 모두 차량이 수행한다는 점입니다. 이제 진짜로 우리가 생각하는 자율주행에 가까운 기능이 됩니다.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를 포함해서 차가 모든 운전을 책임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3단계처럼 운전자에게 운전을 하라고 지시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모든 운전을 차가 직접 수행하니까요. 4단계는 3단계와 비교하기보다는 5단계, 완전 자율주행과 비교하는 것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5단계와 다른 것은 무엇일까요? 쉽게 볼 수 있듯이 'Some driving modes'입니다. 이는 결국 운전의 모든 행위는 책임지지만 '언제, 어디에서나'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율주행이 '언제, 어디서나' 이루어지는 것은 또 다른 경지입니다. 차로가 없는 비포장 도로, 아무런 가이드가 없는 사막 한가운데, 눈으로 완전히 덮여버린 도로, 안개로 한 치 앞도 구분하기 어려운 환경같이 운전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환경에서 자율주행은 가능할까요? 이것은 정말로 또 다른 경지죠. 일반적으로 사람이 운전할 수 있는 환경 전체에서 차가 혼자 주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언제 어느 때라도 자율주행을 수행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단계에 이르러야만 정말로 차가 혼자 달릴 수 있는 것이고, 정말로 운전석이 사라진 차가 가능한 것이죠.

 

우선 자율주행 단계 구분은 이 정도에서 마치겠습니다. 이것은 실용적, 상품적 가치에 따른 단계 구분이 아니라, 엔지니어들이 자신들의 기술적 수준을 구분하기 위하여 만든 것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실제 시장에 나온 상품이 X단계라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은 사실 어렵습니다. 2단계 자율주행임에도, MRM 기능을 일부 갖추고 있기도 하고, 4단계에서 요구될법한 driving task를 수행하고자 한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데모 기술 수준이 아닌 양산되어 기장에서 팔리는 기술 중에 3단계에서 요구되는 성능 수준을 모두 갖춘 자율주행 기술이 시장에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Tesla가 가장 논란이 될 것 같은데, MRM 기능을 Tesla가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율주행 단계를 구분하는데 이해가 되셨기를 바라며, 다음에는 인식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적어보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