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 볶다가 갑자기 순대볶음이라니. 너무 엄청난 도전이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그거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순대볶음이 먹고는 싶은데 신림동을 갈 수는 없는 시국이니까, 용기를 가지고 갑니다.
백종원 선생님께서는 신림동가서 사 먹으라고 하시지만, 그때는 확진자가 막 천명씩 나올 때가 아니니까.
일단 맛이 없어도 나는 먹으리라 각오를 다지고 갑니다.
장은 역시 노브랜드. 너와 나와 우리의 마트 노브랜드. 요새는 진짜 이게 싼건지 헷갈리기는 하는데, 그래도 일단 노브랜드 찰진순대 구입. (500g x 2로 3,980원!) 양파는 1.5kg 사 와서 부지런히 껍질 까고 손질. 역시 손질 안된 게 싸다. 다만 이거 1.5kg 썩기 전에 먹으려면 근시일 내에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다. 이게 은근히 또 개미지옥이라 남는 재료 쓰려고 또 뭐 사고, 그 재료 쓰려고 또 뭐 사고, 끝나지가 않는다. 깻잎에 당면까지도 모조리 샀다. 특히나 이 당면이 노브랜드다운 크기다.
중국산이 크게도 박혀 있다. 이거 언제 다 먹을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유통기한은 매우 길다. 2022년 7월 전에는 다 먹겠지 설마. 아무튼 이제 재료 손질 착수.
일단 대파를 손질한다. 백선생님은 쉽게 길게 반으로 자르고 손질하던데, 저는 좀처럼 칼이 똑바로 가는 법이 없다. 어쩔 수 없다. 그냥 잘린 대로 먹는다.
양배추는 전에 백종원 선생님께서 다른 영상에서 뭐 어떻게 썰라고 하셨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그래서 그냥 대충 썰었다. 썰고 나서 큰 거 같아서 또 막 썰었다. 그래도 나름 그럴싸한가. 아니어도 내가 다 먹을 거니까.
준비 막 다 하고서 양념장도 만들고 보니까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다. 뭔 재료가 이렇게 많다냐. 선생님께서는 뭔가 그냥 쓱쓱 썰더니 끝나던데, 나는 뭐 하나 할 때마다 난리 난리에다가 놓을 대가 없어가지고 성질이 난다. 어떻게든 막 그릇이란 그릇은 종이컵까지 동원해서 놨는데, 뭔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거 같다. 그 와중에 된장은 겁나 쪼끔 넣은 게 보인다.
일단 마늘부터 볶는다. 이거는 이제 많이 해봤다고 할만하다.
선생님께서 야채 투하하라고 지시하신다. 파 들어갑니다. 그래도 녹색이 많으니까 전에 하던 마늘 볶음밥 같은 거보다 좀 색깔이 그럴싸하다. 자 이제 하나씩 들어간다.
순대 투하!
당면 투하! 양배추 투하!
깻잎 투하!
볶볶. 이거 뭔가 색이 그럴싸하다. 물 살짝 넣고서 푸욱 하니까 뭔가 파바바박 기름도 안 튀고. 야채 색도 막 파랗고. 뭔가 그럴싸하다. 맛소금도 쳤고. 뭔가 성공한 그런 기분적인 기분이다.
그리고 이제 이걸 가져다 먹어볼 시간. 당연한 얘기지만 부르스타 같은 건 없다. 그냥 놓고 먹는다. 미묘하다. 뭔가 맛이 없는 정도는 아닌데. 그 또 맛이 있다고 하자니 좀 그렇다. 내가 먹으라면 먹겠는데, 누구 해준다고 생각하면 이걸 주기는 좀 미안하다.
일단 문제는 소스다. 뭔가 이게 색이 너무 빨갛다. 먹어보니까 그냥 고추장이다. 뭘 많이 넣은 거 같은데 맛이 그렇다. 백종원 선생님께서 '소스가 중요해요!'라고 한 게 이유가 있었다. 사실 그냥 되는대로 넣었다. 그리고 들깨가루가 없어서 빼고, 나머지도 그냥 눈대중으로 넣었다. 초고추장이 없어서 고추장, 식초, 설탕을 넣었다. 그랬더니 고추장 맛만 확 난다. 그럭저럭 먹기는 먹었다만, 다시 이렇게 만들지는 않을 것 같다.
여자 친구가 해달라고 하지 않으면 재도전은 안 할 거 같다. 순대볶음은 내게는 너무 큰 도전이었다. 근데 순대 남은 500g 은 어떡하지. 암튼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생각보다 재료 준비하기 빡세다. 버섯이랑 당근을 빼버렸는데도 많다. 각오를 좀 다지고 시작하자.
2. 소스 잘 만들자. 대충 하면 맛도 대충 난다.
3. 남은 순대는 그냥 썰어 먹을까 싶다.
순대볶음은 다시 안 하는 걸로.
유튜브 : ★★★☆☆ (이제 옛날에 설명한 거는 좀 뺄 때도 된 거 같으다. 초고추장 만들기나 양배추 썰기나. 하지만 그거 다시 한번만...)
음식 맛 : ★☆☆☆☆ (쉽게 말해서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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