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만화를 그리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입니다.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스다 미리 씨는 여러 권의 만화책을 발간했습니다. 아마도 제일 유명한 건 '수짱' 시리즈이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로 시작되는 혼자 사는 여자 수짱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공감을 주었죠. 이야기는 매우 따뜻하여서 비록 성별이 다른 저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유명한 '수짱' 시리즈 대신 마스다 미리의 '밤하늘 아래'에 대하여 쓰려고 합니다. 이 책은 좀 더 옴니버스식 작품입니다. 매 이야기에서 우주나 별자리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결국 마스다 미리의 작품답게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죠. 이 책이 정말로 인상적인 이유는 첫 번째 에피소드 때문입니다. 에피소드는 짤막합니다. 지금 확인해보니 4페이지, 제목을 제외하고 총 31컷이네요. 도쿄의 좁은 단칸방에서 혼자 사는 주인공이 잠에서 깨어 창문을 열고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는 내용입니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밤, 어머니와 함께 별똥별을 보았던 밤, 그 밤에 어머니께서는 운석을 줍고 싶다고, 그리고 그 운석을 팔아서 돈을 많이 받으면 외국에 오로라를 보러 가고 싶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딱히 눈물짓거나 슬퍼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에피소드가 어딘가 한스러움이 묻어나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저는 이 에피소드가 참 좋았습니다. 현실에 두발을 디디고 그저 담담하게 과거를 추억하는 그 모습이요.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는 대부분 이런식 입니다. 보통은 단출한 단칸방에서 혼자만이 보내는 시간에 이루어진 작은 이야기들을 말합니다. 그것은 정말 '수짱'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것 같지만, 그와 동시에 '그래, 이런 것도 인생이지.'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행복해지고자 하는 노력들을 폄하하거나 현실에 만족하라는 교훈을 던지고 있는건 아닙니다. 그저 인스타그램의 화려한 삶들 말고 이런 삶들이 도처에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거죠. 물론 사진도 아니고, 정확한 현실도 아니지만 인스타그램의 사진들도 원본 그대로는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 그 정도는 넘어가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참이나 마스다 미리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그 수많은 힐링 책들이 '좀 편하게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들보다 더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세상의 불행이 다 내것은 아니라는 생각과, 이들처럼 나도 열심히 살아보자는 생각과, 나도 밤하늘을 보면서 내가 똑바로 살고 있는지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찾아오죠.
마스다 미리에게는 작은 것들에 대한 세밀한 아이디어들이 있습니다. 조금만 관점을 바꿔서 생각하면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세상의 물건들도, 사건들도 조금은 다르게 보이곤 하죠. 나의 0번째 생일에 '나는 나를 선물 받았구나'라는 관점이라든가. 로켓 연필의 언제 다 달아버릴지 알 수 없는 연필심에서 내 인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라든가요. 너무 거창하지 않아서 무겁지 않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진지해져서 나 또한 사소한 것들을 놓지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죠.
물론 배경은 일본이고, 도쿄이지만 한국과 서울에서의 삶에서도 많은 것이 오버랩되고는 합니다. 한번 쯤 읽어봐도 좋을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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