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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제2의 기계시대, 에릭 브린욜프슨·앤드루 맥아피

by 읽고보고맛보고 2021. 8. 15.

우리는 모두 미래를 예측해야 합니다. '나는 내 일만 해.'라는 태도로 일관하기는 이제 쉽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모두 얽혀있고, 앞으로도 얽혀있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상상도 못 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고, 우리는 이제 모두 그것에 대하여 생각해야 합니다.

저자는 미래 예측을 위하여 많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책은 마치 교과서 같아서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습니다. 기승전결을 풀어내는 대신에 모든 문장이 전이요 결입니다. 어쩌면 저자는 별 방법이 없었을지 모릅니다. 복잡한 것을 복잡한 채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외곡 없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자율주행이라는 한가지 주제에 대하여 들여다봅시다. 미 국방성은 DARPA Challenge 대회를 열었습니다. 전 세계의 대학들에 초대장을 보냈고, 유럽, 미국, 그리고 아시아의 대학들은 팀을 이루어서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대회 참가팀들이 사용한 예산은 상금을 아득히 초월했습니다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는 국민대학교가 미국의 대학과 팀을 이루어 참가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각 팀들은 다른 접근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브로기 교수는 카메라가 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영상은 실제 사람과 가장 유사한 방식으로 사물을 인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거대한 트럭에 카메라를 수 개 설치하고, 이 정보를 베이스로 했습니다. 여기에 라이다와 레이더를 추가하여 보조적인 인식 기술로 활용하였습니다. 스탠퍼드의 세바스티안 스론 교수는 라이다의 정보 처리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는 다수의 라이다 인식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여 차량의 경로를 제어하는가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대회는 스탠퍼드 측의 우승으로 끝났습니다. 물론 대회가 한 회만 열린 것은 아니며 정확히 몇 개 대학들이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카네기 멜론이 순위권에 있었던 정도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우리 시대의 특징인 승자 독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본 대회의 결과가 스탠포드의 방식이 정답이라는 답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결과를 냈지만, 그것은 수백만 대의 차량이 수십만 킬로미터를 자율 주행하는 것의 답이 그것이라는 답을 준 것이 아닙니다. 구글은 세바스티안 교수를 필도로 하여 벨로다인 라이다의 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시험차량을 구성하고 수십만 킬로미터의 시험 주행을 실시하였습니다. 하지만 단안 영상처리에 있어서 최근 인텔이 인수한 이스라엘 교수가 설립한 모빌아이사를 넘어서는 회사는 아직 없으며, 테슬라는 라이다 없는 레이더와 카메라를 활용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유럽에서는 아우디가 zFAS ECU를 탑재한 A8 이 3단계 자율주행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차량이라고 발표하였으며, 해당 차량은 라이다를 장착하고 양산한 최초의 차량입니다. (해당 라이다는 비오니에사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벤츠는 영상처리에 있어서 모빌아이사와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스테레오 카메라를 활용한 독립적인 방식을 시도하고 있으며, 오토리브와 같은 레이더 업체들과 더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대학들을 대상으로 수 년째 자율주행경진대회를 이어오고 있으며, 한양대, 국민대, 서울대, 카이스트 등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카트리(KATRI) 주관으로 정부 주최의 대회도 진행되고 있으며, 자율주행 관련 프로젝트에 수백억이 지속적으로 투자되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와 같은 연구는 규모의 경제 형태를 취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유럽에서는 EU 차원에서 각국 정부와 완성차 업체 수개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등), 부품업체 수개, 그리고 수개 대학이 가 참여하여 거대 규모의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 규모는 우리 정부와 현대자동차에서 수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 규모를 훨씬 넘습니다.

조금 전문적인 얘기를 풀어놨지만, 이는 사실 어느정도 지식을 갖춘 사람이 구글링을 통하여 충분히 획득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의 대다수는 이 정보를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축약된 글로는 이해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정말로 수백만 대가 수천만, 수억 킬로미터의 전 세계 도로를 자동으로 달리는 날이 멀지 않은 걸까요?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을 자동으로 달리면서 운전자의 전방주시 및 핸들 파지를 요구하는 자율주행이라면 현재에도 상용화되어 있습니다. (이를 자율주행 LV2라고 부릅니다. 이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의 정의를 따른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것과 우리가 상상하는 자율주행 간의 기술 격차는 어마어마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율주행이 가능한 시대로 가고 있는 걸까요?

이미 기술은 마법의 영역에 들어선지 오래입니다. 현재는 한스 로슬링이 말한 것처럼 유아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으며, 동시에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기술의 영향일 것입니다. 우리는 성급하게 미래는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모든 것이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로슬링은 미래가 유토피아이고,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그저 유아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남성과 여성의 교육률 격차는 크지 않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시장 경제가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사실 저는 많은 면에서 이 책에 동감하지 않습니다. 볼테르가 말했던 노동의 신성함, 청교도와 칼뱅 주의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던 노동의 신성함이 무너지는 시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본의 '니트족'에 대하여 그저 사회 현상의 하나로 생각하지만, 저는 이와 같은 형태의 삶이 기술 실업 시대에 대한 인간의 대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업에 대한 미래예측에 대하여는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만 노동으로 자신을 정의하던 철학이 유지될 것처럼 가정한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 편인 것이죠.

사실 자율주행에 대하여 많은 얘기를 풀어 놓은 것은 구체적으로 생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예를 들어 본 것뿐입니다. 하물며 빅데이터와 AI는 또 어떻겠습니까. 저자는 근 시일 내에 로봇이 창의적인 일은 하지 못할 것이라 하지만, 시를 쓰고 음악을 작곡하는 일을 컴퓨터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체스보다 창의성이 필요하여 컴퓨터가 점령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던 바둑에서 AI 가 어떤 성공을 이루었는지, 그동안의 프로그래밍 기술이 인간의 모사보다 기술 그 자체에 집중했음은 분명하며 뉴럴 네트워크와 머신 러닝은 분명 문제 해결을 위한 독자적인 발전에서 시작했음에도 결국 인간의 뉴런 연결과 비슷한 방식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는 것까지 저자가 책을 쓰는 시점 이후에 밝혀진 일들은 저자의 미래예측에 의문부호를 품게 합니다. 물론 그는 의견을 던졌고, 그것이 옳을지 아닐지는 알 수 없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어떤 근거들에 기초했는지 알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을 알게 된다고 쉽사리 미래가 예측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면 어디서 어떤 나비효과가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에 생각할 거리를 잔뜩 던져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들을 모두 풀어내기는 조금 어렵겠습니다만, 생각을 쉬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읽기 힘들었던만큼 때로 이런 책이 기승전결이 분명한 책 보다 의미 있는 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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