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책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은 아주 간단합니다. '인간은 선하다.'라는 것이죠. 우리가 인간의 본성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동안 많은 이론들이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악해서 반드시 통제와 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와 같은 주장들이 탄생한 많은 예시들에 대하여 이 책을 통하여 반박합니다.
우리는 소설 '파리대왕'이 문명의 제약에서 벗어난 인간의 본성을 굉장히 잘 묘사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로 '파리대왕'과 동일하게 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의 실제 사례를 찾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소설처럼 잔인한 사회를 구축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협력하여 구조까지 서로를 도우며 살아남았죠. 이스터섬에서 비극적인 학살이 있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추정했었으나, 이 책의 저자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이스터섬의 '야만인'들은 우호적이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역사학자들의 근거를 하나하나 비판하고, 최근의 연구 결과를 정리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에 대한 사격을 거부했는지, 실제 전쟁은 결코 영화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줍니다. 또 스탠퍼드의 교도소 실험이 어떻게 조작되었는지, 전기충격 실험은 어떻게 조작되었는지 캐서린 제노비스의 죽음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그는 계속 말합니다. 홀로코스트의 참여자 아이히만과 같은 사람들이 모든 인간에게 악한 본성이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없음을 주장합니다. 우리에게 인간의 잔인한 본성을 설명했던 실험들과 사례들이 언론에 의해서 자극적으로 변형되고, 그로 인하여 우리가 잘못된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여기에서 나아가서 저자는 지금 우리 사회가 인간에 대한 잘못된 오해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이고, 이를 교정하기 위하여 어떤 방식들이 필요한지 주장합니다. 자율성과 내재적 동기부여를 토대로한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을 주장하죠. 열린 학교, 진정한 교정을 위한 교도소, 비대칭적 전략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모든 의미에서 저자에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선과 악이라는 개념역시 인간과 문명이 만들어낸 것인 만큼 인간의 본성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것은 적합하지 않겠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는 이기적인 개인을 의미하는 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우리의 협력적 본능과 진화의 법칙을 동시에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복제자이니까요. 이기적 유전자는 이타적 인간과 반의어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기적 유전자론을 문화적으로 적용하여 수잔 블랙모어가 주장한 '밈' 이론과 이 책은 동일하게 인간은 타인은 흉내 내고 따라 하는 특징이 있다고 주장하죠.
저자가 주장하는 인간의 내재적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사회를 재구축하자는 주장은 실리콘벨리의 거인들의 주장과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실리콘벨리의 거인들은 사람들을 통제와 감시에서 해방시켜주고, 그들이 정말로 뭔가를 성취할 수 있도록 자유와 권한을 가진 '팀'을 만들어주면 사람들은 놀라운 것을 해낸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예시로 드는 몇몇 기업들도 비슷한 형태로 운영됩니다. 사람들은 오히려 통제와 감시 심지어 보상을 통해서 소극적으로 변한다는 것이죠. 기업들의 이 통제 체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이 책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는 많은 사실들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2차 대전 중 크리스마스에 참호에서 걸어나온 연합군과 독일군의 기적 같은 악수를 책의 마지막 이야기로 실은 이 책은 우리에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야만'과 '문명'에 대하여, '난민 문제', '기본 소득', '테러' 같은 많은 문제들에 대하여도 말이죠.
'공감'에 대한 저자의 주장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연민'에 대한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만, 우리가 특정 대상에 '공감'함으로서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좋게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에 저는 매우 동의하는 편입니다. '공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시각만 바라보면 우리는 옳은 결정이 무엇인지 내리기 어려워집니다. 더 많은 공감이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존재에 공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성으로 사태를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적에 대한 가장 큰 혐오는 전선에서 가장 먼 곳에서 나온다'는 저자의 주장처럼 우리의 많은 오해는 상대에 대하여 모르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해를 끼칠 의도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저자의 주장처럼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합리적 추론으로 보입니다. 점점 우경화하고 있는 우리 세상에서 정말 많은 분들에게 꼭 한번은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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