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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 수업, 대니얼 클라인, 토마스 캐스카

by 읽고보고맛보고 2021. 4. 8.

정말로 대단한 작가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두 분의 매우 팬입니다. 이 책에 유일한 불만은 제목입니다. 저렇게 뭔가 따분한 자기개발서 같은 제목 말고도 뭔가 좋은 제목을 지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원제는 'I THINK, THEREFORE I DRAW'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그린다.' 데카르트의 그 유명한 격언을 활용한 정말로 멋진 제목 아닙니까. 대체 어째서 출판사는 이런 제목으로 책을 낸 걸까요. 이 나라의 독자들에게는 저런 제목이 정말로 더 잘 먹히나요?

 

작가들은 '뉴요커'를 매체들에 등장한 한 컷 만화들을 가져왔습니다. 작품들은 때로는 기가 막히고, 때로는 아리송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다시 18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되었습니다. 어떤 카테고리는 6편이 있는가 하면, 어떤 카테고리는 2편뿐이죠. 어떤 작품에는 2페이지의 해설, 그리고 어떤 작품에는 5페이지가 넘는 긴 해설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사실 해설보다는 그 작품에 대한 에세이 정도가 맞을 것 같네요. 작가들은 이 작품에 만화가가 담은 철학을 해설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작품을 모티브로 어떤 철학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현실의 우리와 철학이 그렇게 괴리되어 있지 않음을 유쾌하게 설명해줍니다.

 

어떤 지식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 지식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권위에 의존하게 되고는 합니다. 공부를 계속하다 보면, 어떤 시점에는 자신이 모두 알았다고 생각하고, 그 권위를 깎아내리기도 하죠. 하지만 또 어떤 시점이 오면 정말로 그 지식에 통달하여 그 위대함을 다시 깨닫게 되지만, 동시에 의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이 작가들은 정말로 철학과 삶에 이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위대한 철학자들을 존중하지만 그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본인의 이해를 우리에게 전달해내죠. 철학에 있어서 이런 태도를 취하는 이들은 정말로 흔하지 않아서 더 감동적입니다. 심지어 이 책에 담긴 만화들의 해설을 읽다 보면 결코 쉬운 내용이 아님에도,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대단합니다. 그 위트는 거의 감동적인 지경입니다.

 

이 작가들의 다른 책 '철학 개그 콘서트' (그러고 보니 이 작품도 제목이 이상하네요. 원제는 'Plato and Platypus Walk Into a Bar'입니다. '플라톤과 오리너구리가 바에 들어가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는 이와 같은 말로 시작합니다.

 

우리 철학개그의 시조

그루초 막스Groucho Marx를 기리며

그는 우리의 기본 이데올로기를 이렇게 정리해주었다.

"내 원칙은 이렇다.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것도 있지."

 

참고로 Groucho Marx 미국의 유명한 희극배우입니다. 정말로 기가 막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