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 엄청난 임팩트를 가진 책입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경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우리에게 스며들어 있는 죽은 자에 대한 연민 때문일 것입니다. 작가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현재는 '특수청소 서비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책은 작가 본인이 겪었던 많은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1장,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의 13개 이야기, 그리고 2장, '조금은 특별한 일을 합니다'의 11개 이야기까지 총 24개 이야기가 나옵니다. 1장은 책의 제목과 같이 대부분의 경우 쓸쓸히 죽어간 이의 집을 청소하는 내용입니다. 2장은 그 이외에도 본인의 죽음을 상당하는 이야기들, 범죄 관련 에피소드같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작가가 '치웠던' 죽은 자의 집은 보통 집 주인이나 유가족들의 의뢰로 치워지는 것 같습니다. 죽음의 냄새에 익숙해진 작가는 방독면을 쓰고서 죽은 이가 남긴 마지막 짐들을 치워내죠. 그 짐들은 모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이라는 존재의 상당 부분은 그가 가진 것으로 정의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많은 부분들을 그의 소유물들이 보조해주고 있다 보니, 점점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육체적으로 죽어버린 이의 짐들을 치워내는 과정은 또 하나의 장례식 같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작가는 이 일을 침착하고 차분하게 처리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너무 기계적이지도 않고, 또 너무 감정적이지도 않게 말이죠.
이런 종류의 책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요? 남궁인 작가의 '만약은 없다'와 같이 생과 사를 오가는 자리를 다루는 작품들과 이 작품은 그 괴를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도 우리에게 '죽음'을 떠올리게 해주는 것이죠. 우리가 살고있는 빽빽한 아파트의 어느 한 집에는 죽은 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집에서 멀지 않은 병원 응급실에는 오늘도 죽음과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요.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닥쳐올 어느 순간이지만, 우리는 너무 많이 그것을 외면하고 맙니다. 우리 세상은 우리의 시간을 초단위로 쪼개가며 관심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져 가고 있으니까요.
책들도 결국 관심을 끌려 노력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어떤 말과 글도 자본주의의 유통경로를 통하지 않고서 우리에게 읽히기는 매우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내가 외면한 세상에 무엇이 있는지를 모르고서 내가 세상에 대하여 뭔가 안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더 눈을 돌리기 너무 쉬운 죽음의 이야기는 읽어둘만 한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는 저의 눈을 빼았지만, 또 이런 이야기를 제 앞에 가져다도 놓으니까요. SNS와 행복을 쫓아가는 것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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