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당신 나이가 몇이야? 아직 젊구먼. 젊은 나이에 그래도 자기 가게도 있고, 괜찮네, 아주 괜찮아. 아, 미안합니다. 내가 원래 이렇게 말을 막하는 사람이 아닌데, 오늘은 좀 취한 거 같네요. 고마워요. 통 내가 요즘은 사는 게 엉망이라 말이지... 물어봐 줘서 고맙네. 사실 구구절절한 사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뭐 내가 여기서 그런 얘기까지 할 만큼 막돼먹은 꼰대는 아니라서 말이지. 쉽게 말하자면 망한 거야, 망한 거. 그냥 깔끔하게 빈털터리가 되어 버렸다 이거지. 내가 이래 봬도 돈 좀 만졌던 사람이거든. 나한테 어떻게든 잘 보이려던 사람들이 한 트럭은 되던 시절도 있었어. 그때는 내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그런데 이게 아주 재밌는 게 결국 뭐라도 되는 거는 돈이야. 내가 돈을 굴리는 게 아니라, 돈이 돈을 굴리고 있던 거더라고.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을 우습게 알아. 돈이 아무리 대단해봐야 결국 사람이 중하다고 생각한다니까! 이게 얼마나 낡은 생각인지 내가 이지경이 되고 보니까 알겠더라고. 자본주의 사회 아닌가, 그 대단하다는 자본주의 사회. 돈이 많으면 좋겠다고 다들 생각은 하면서도 다들 이 위대한 돈 님을 모실 줄을 모르고 있어 아직도. 돈이 사람이고, 돈이 목숨이야. 내가 과장하는 거 같은가? 왜 웃고만 있어 이놈은... 여하튼 간에 사기꾼 놈들은 진짜 죽여야 해. 이 망할 나라는 돈 귀한 줄 모르는 바람에, 돈 해쳐먹은 놈들한테 너무 관대해. 돈을 헤쳐먹는 놈들은 목숨을 해쳐먹은 놈들이야. 정말이라니까? 남의 돈을 훔친 놈들은 남의 목숨을 훔친 거야. 죽여 마땅한 거지. 좋아 좋아. 내가 아주 넉넉하게 10억, 목숨 한 개에 10억 쳐줄게. 이봐, 10억이 우습게 보여? 10억에 목숨 내놓겠다는 놈들은 널리고 깔렸어. 이건 인정해야지 아무리 그래도. 자, 그럼 어떤 망할 사기꾼 놈이 100억을 헤쳐먹었다고 보자고. 그놈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10명을 죽인 놈이야. 연쇄 살인마라고 그놈은. 그것도 아주 계획적이고 악질적인 살인마. 심지어 살인마라는 놈들은 사람을 죽인다고 목숨을 얻지는 않아. 그런데 그놈들은 남의 목숨을 빼앗아 가진다니까? 진짜 어떻게 이런 놈들은 살려두고 있는 거야? 다 미친 거지, 다 미친 거야. 이 모양 이 꼴인 세상에서, 아직도 이딴 어묵 국물에 소주 팔아서 돈을 벌고 앉았어? 당신도 제정신은 아닌 거지. 병신이 넘쳐나는 바람에, 저 살인마 놈들만 떵떵거리고 있다니까. 이 병신들이 조금만 제정신이 있었어도, 저 살인마 놈들은 사돈의 팔촌까지 찢어 죽여야 않겠어? 정말 열불이 나서 내가 안 취할 수가 없다니까. 이 병신 놈들의 세상 같으니라고. 개 같은 놈들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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