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 중 하나인 숙명입니다. 추리소설의 대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입니다. 그는 정말로 다작을 하는 작가이고, 한국에서 가장 많은 책을 판매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하면 언제나 호불호가 갈릴 것입니다. 누군가는 일본 작가라는 이유로 싫어하고, 누군가는 남는 게 없는 메시지 없는 작품들을 쓰는 작가라고 할 것입니다. 또 누군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매료되어 그의 작품을 볼 것입니다.
저로 말하자면 조금의 죄책감을 가지고 그의 작품을 보는 사람입니다. 그의 작품에서 깊은 메시지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깊이가 없다고 해야 할까요. 작품이 너무 친절하다고 해야 할까요. 때로는 메시지를 가진 작품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 작품들에서 굉장히 해석이 어려운 깊은 메시지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재밌습니다. 저는 그의 작품을 적어도 10권 이상은 읽었지만, 하나같이 재밌습니다. 정말로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같은 스토리로 이야기를 잘하는 그런 느낌도 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써냅니다. 엔지니어 출신다운 과학적인 이야기도 그렇지만, 정통 추리소설이야말로 그의 진수를 느낄 수 있죠. 정말로 대단합니다. 그의 정통 추리소설은 특히나 초창기 작품들이 굉장합니다. 이 작품이 바로 그 중의 하나죠. 가가 탐정 시리즈를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만, 이 작품은 그에 버금갑니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다 엄청난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 작품이 주는 몰입감이 히가시노 게이고를 대표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많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만약 그렇다면 '용의자 X의 헌신' 정도 외에는 추천해 드릴 작품이 없네요.
추리소설의 팬 한명으로서 몇 남지 않은 정통 추리소설 작가들에게 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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