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1 도시 산책 유난히 계단이 가파르고 좁은 날이었다. 계단을 모두 내려오니, 음식물 쓰레기의 악취가 덮쳐왔다. 무엇인가가 부패하는 냄새는 언제나 내게 역한 반응을 끌어낸다. 더러운 것들이 발하는 냄새와는 다른, 죽어가는 것들만이 뿜어내는 그런 냄새가 있다. 황급히 거리로 나선다. 회색빛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 해를 볼 수는 없는 하늘이다. 공기에는 습기의 냄새가 나고, 구름의 그늘이 드리워진 거리는 무엇으로 축축해져 있는지 얼룩덜룩했다. 모퉁이를 돌아서 더 큰길로 나아간다. "죽어. 이제 그만 됐어. 죽어줘. 뛰라고 어서. 내 말 알아들어? 어서 뛰어. 할 수 있다면서. 나를 위해서 뛰어준다면서. 왜 다리를 부들부들 떨어? 이제 와서 무서워 진거야? 못 뛰겠어? 그럼, .. 2022. 1.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