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눈물 설명

읽고보고맛보고 2022. 1. 25. 21:38

왜 울었던 걸까. 눈물은 다수의 동물에서 나타나는 슬픔의 표현이다. 악어의 눈물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악어라는 동물이 슬플 때 울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아님을 설명해 준다. 물론 동물의 눈물에 대하여 많은 이견이 있겠지만, 많은 동물들이 고통에 대한 반응의 하나로 눈물을 흘리는 예는 아주 많이 있다. 물론 반드시 슬플 때만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니다. 하품을 하거나,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처럼 슬픔과 무관한 상황에도 인간은 눈물을 흘린다. 눈물샘이 자극되어 안구를 통하여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다.

어째서 인간은 슬플 때 눈물을 흘리도록 진화하였을까? 다른 동물들은 어째서 그렇게 진화하였을까? 슬픔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은 우선 덮어두도록 하자. 지금은 슬픔과 눈물의 연관관계를 더 들여다볼 때다. 우선 들여다볼 것은 인간이 기쁘거나 화가 났을 때도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어떤 감정적 격양 상태에 들어섰을 때도 뇌가 시상하부를 자극하여 눈물샘이 자극되고, 눈물을 흘림으로서 발생하는 호르몬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을 돕는다. 하지만 어째서 인간은 눈물과 마음의 안정을 연관시키도록 진화한 것일까.

우선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감정의 격렬한 형태의 표현이다. 웃는 표정, 찡그린 표정과 마찬가지의 한 형태이다. 다만 그 증거가 더욱 명백하다. 흘러내린 눈물은 한순간의 표정을 숨김으로써 넘어갈 수 없다. 또한 표정을 통한 감정 표현에 비하여 조작이 어렵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거짓 눈물'을 연기하지만, 거짓 눈물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것이 속이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눈물은 타인에게 진실된 형태의 감정 표현을 위하여 발전한 것이 아닐까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감정 표현을 잘하는 개체가 더 진화에 유리했던 것일까.

진실된 형태의 감정 표현에 유리한 개체가 더 많은 신뢰를 얻은 것은 아닐까? 감정 표현이 어째서 신뢰와 연관되는지는 인간과 유사하게 생긴 로봇, 하지만 표정도 감정 표현도 없는 개체가 악역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을 생각해 보면 더 이해하기 쉽다. 결국 내가 흘린 눈물은 내 슬픔의 감정이 신뢰할 수 있는 개체이기 위하여 진화한 표현의 방식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슬픈 걸까. 슬픔의 감정은 생존에서 중요한 어떤 것을 상실한 상태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것 같다. 슬픔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피하기 위하여 노력하려는 개체가 더 많은 유전자를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때 형성된 감정은 이미 유사한 상실들에 대한 슬픔으로 발전했다. 사회의 변화 속도는 감정의 진화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시는 어떤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에 내가 슬픔을 느낀다는 것이 생존에 중요한 어떤 것을 상실한 것이라고 해석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과거에 형성된 슬픔의 감정 회로가 그 형성과 다른 현재 상황에 잘못 적용되고 있는 현상에 가깝지 않을까. 후회, 상실에 대한 회고, 돌이킬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그리움, 그 모든 것들로 인하여 느껴지는 나의 슬픔은 아마도 문명의 탄생 이전에 만들어진 회로와 인류 역사의 막바지에 탄생한 언어의 결합으로 인한 현상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나는 슬픔으로 눈물을 흘린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에서 수없이 이루어진 일이고, 앞으로도 수없이 이루어질 일이다. 특별한 현상도 아니고, 설명 가능한 현상이다. 탐구할 만한 미스터리도 없고, 나의 주 연구분야와도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나는 그것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나라는 개체가 슬픔과 눈물에 대처하는 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실과 헤어짐으로 혼자서 울고 있는 나를 위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