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고양이
읽고보고맛보고
2022. 1. 24. 21:10
고양이는 쉬이 도망간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여 항상 그들과 눈인사를 시도하고 접촉을 시도하지만, 그것은 항상 실패로 끝난다. 그 도도한 눈망울로 사람을 쳐다보다가 한 발자국만 더 다가가도 쏜살같이 사라져 버린다. 내가 먹이라도 들고 있다면 종종 망설이는 모습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내게 쉽게 다가오는 법은 없다.
한 번은 고양이 한 마리를 길들인 적이 있다. 그 어린 고양이는 처음에는 날 경계하였지만, 하루, 이틀 계속 먹이를 주다 보니 언젠가부터는 날 피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다가가면 부스럭 부스럭 수풀을 해치고 나오기도 했다.
하나 언젠가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여러 사람들이 돌보아 주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좋은 주인을 만났으려니 생각한다. 난 종종 그 녀석을 생각하곤 한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마찬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쉬이 도망침에 크게 상심하지 않으며, 내가 베풀어 준 것에 보답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좋아하고 때로 곁에 있음에 흡족해하며, 설령 떠나가더라도 그저 그리워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어떤 가식도 첨가되지 않으며, 그네들의 태도로 나를 평가하지도 않는다. 잘 보이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더 나은 내가 되고자 하는 강박에도 빠지지 않는다. 이해하려고는 하지만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다가와 주었으면 하지만 지배하기를 바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