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재일한국인 2세인 유미리 작가의 장편소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입니다. 작가는 도쿄의 노숙자들, 특히나 우에노 공원의 노숙자들에 대하여 쓰기 위하여 이 작품을 썼습니다. 소설의, 이야기의 힘을 빌려서 우리에게 노숙인들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만들어 주는 것이죠.
이제 서울에서도 노숙자분들을 찾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처럼 노숙촌을 이루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제 우리도 도시와 노숙자의 공존에 대하여 생각할 때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노숙자에 대하여 이해하려 한 적이 없습니다. 그분들이 어째서 그곳에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말이죠. 사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노숙자들에 대하여 '인생을 포기한 사람들', '사지 멀쩡하면서 똑바로 일해서 살기를 포기한 사람들', '무식하고 멍청하며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막연한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생각들이 통계적으로 틀리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에 대하여 통계적으로 확률이 높다는 접근이 아닌 자세히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막연한 편견으로 접근합니다.
작가는 그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합니다. 나름의 생계 유지 수단이 있고, 폐고철을 줍거나 하는 등 나름대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일대의 상점들과 말로 하지 않는 협력 과계 속에서 폐도시락 등 을 받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곳까지 내몰린 가슴 찢어지는 아픔이 있었음을 조망합니다. 그들이 막연히 삶을 포기하여 그곳에 있지 않음을, 집이 있음에도 돌아갈 수 없는 삶에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이 있음을 조망합니다. 또한 그들에게도 아직 사랑이 있고, 자기 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음을, 어려운 이웃을 챙기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음도 말합니다. 또한 못 배우고 무식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님도 마찬가지죠. 주인공의 이러한 삶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조차 없는 '틀별 청소'와 천왕의 행차는 우리 세상의 조명이 닫지 않는 곳에 삶을 극적으로 대비시켜 줍니다.
"나는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허울뿐인 외침보다 조명이 닫지 않는 곳의 삶에 대하여 서술한 이런 작품이 더 삶에 대하여 생각하게 해줍니다. 작가의 말 그대로인 작품이기에 저는 성공이 아닌 삶에 대하여 고민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일독을 후회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