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읽고보고맛보고 2021. 9. 20. 19:03

마케팅의 힘일까요? 최근에 서점에서 많이 보이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입니다. 물론 표지와 문체 덕분에 조금은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담겨있는 내용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저자는 본인이 얼마나 보통사람인지 말합니다. 그가 철학의 거인들에게 얻은 지혜를 우리와 함께 나누고, 동시에 철학이 현대의 우리와 멀리 있지 않다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책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소크라테스, 루소, 소로, 쇼펜하우어, 에피쿠로스, 시몬 베유, 간디, 공자, 세이 쇼나곤, 니체, 에픽테토스, 보부아르, 몽테뉴까지 총 14명의 철학자와 함께합니다. 늘어 놓고 보니 간디, 공자, 세이 쇼나곤은 아무래도 미국인 작가가 동양 철학자에게 쿼터를 할당한 것 같지만, 억지스러운 느낌은 없습니다.

 

작가는 열차 여행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모든 챕터는 작가의 기차 여행 일기와 함께 시작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이 철학자들에게 얻은 지혜에 대하여 말합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챕터에서 작가는 아우렐리우스의 철학보다 그의 늦잠에 대한 견해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로마의 황제의 글에서 얻은 공감과 지혜에 대하여 말합니다. 다른 챕터들도 유사합니다. 소로에 대하여 말할 때 소로의 눈에 대하여 말하고, 쇼펜하우어에 대하여 말할 때는 그의 귀에 대하여 말합니다. 물론 그들의 사상에 대하여 부대 설명이 있기는 하지만, 그 사상 자체에 주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작가는 여기서 14명의 철학자에 대하여 말하지만, 어떤 기준에 따라서 14명의 철학자를 선정한 느낌은 아닙니다. 그저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과거의 철학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스스로 경험한 도움들을 소개하면서, 우리도 한번 해보라는 것이죠. 이 14명이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우리도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과거 철학자들이 얻은 지혜를 차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이 작품에서 작가는 루소의 걸음걸이를 말하지만, 누군가는 칸트의 산책을 먼저 생각할 테니까요.

 

핸드폰을 떨어트리고 그 액정이 깨져서 화를 내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현인들보다 우리와 더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현인들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인간이었고, 울고 욷고 실수하고 사고 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의 철학은 인간 본질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철학은 지적 유희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설득하려면 이 책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읽어 주실 까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