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용, 꼬마비, 네이버 웹툰
꼬마비 작가의 최근작, '환상의 용'입니다. 2021년 9월 9일에 완결된 따끈따끈한 완결작이죠. 섬네일을 봐서 쉽게 내용을 예상할 수는 없을 것 같은 작품입니다. 저는 꼬마비 작가의 전작인 '살인자o난감',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워낙 재밌게 봐서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읽었습니다. 꼬마비 작가의 작품은 최근의 기업형 웹툰과는 다르게 매우 단순화된 그림체를 보여줍니다. 일상툰에 많이 보이는 그런 그림체라고 해야 할까요. 특히나 최근 소설 원작의 팀 시스템 웹툰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스토리 웹툰에 이런 그림체의 작품은 오히려 독특하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야기는 최근에 엄청나게 유행하고 있는 '회귀물'입니다. 일본의 라이트 노벨에서 시작해서 일본 만화, 웹소설, 그리고 마침내는 웹툰을 휩쓸고 있는 장르죠. 물론 차고 넘치는 '이 세계 전생물'은 아니고, 현대를 배경으로 당신의 인생을 다시 한번 산다면을 상상해본 이야기입니다. '판사 이한영' 같은 작품도 있지만, 이 작품은 소설이 아니라는 것에서 다르긴 하겠네요. (판사 이한영도 정말 재밌습니다.)
회귀물의 주인공이 회귀자 본인이 아닌 작품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관찰자인 주인공은 회귀하는 또 다른 주인공 '용이'를 관찰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초등학교 동창 용이는 신기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이야기는 아주 꽉짜여 있는 느낌은 아닙니다. 갈등과 해소, 그리고 주인공의 영웅적 면도 등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주인공은 '성장'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붙이기는 어색한 중년의 남성이지만, 분명히 첫 화보다 마지막에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뭔가 조금은 얼렁뚱땅 이어 보이는 이야기에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서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뒤통수를 때리는 어떤 연출까지요. 사실 29화를 완결로 보고, 30화는 번외 편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이야기고, 무엇이 말이되고, 무엇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을까요. 결국 무엇이 무엇인지는 우리의 믿음일까요. 작가는 이야기의 자유를 살려서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는 실험적 시도를 통하여 유쾌한 충격을 줍니다. 이 충격이 유쾌한 건 아마도 억지스러움이 없는 이야기의 얼렁뚱땅함에 힘입은 것도 있어 보입니다. 작품의 그림체의 얼렁뚱땅함과도 너무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블록버스터형 웹툰들 사이에서 한번 쯤 읽어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30화로 하루에 정주행 하기에도 나쁘지 않은 길이니까요. 작가님 다음 작품 기다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