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이, 사이사, 네이버 웹툰
19년 12월에 시작하여 21년 5월에 완결된 웹툰 도롱이입니다. 총 72화의 이 작품은 '이무기'를 메인 모티브로 합니다. 작가는 기존의 우리가 가진 이무기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 틀었습니다. 보통 신화에서 이무기는 용이 되지 못한 짐승으로 다루고 있죠. 이 작품에도 용과 이무기는 등장하지만, 작가는 이무기를 '가축화'하여 다뤘습니다. 사실 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이미 이 작품은 흥미롭기 시작하죠.
이무기는 여타의 작품에서 항상 뭔가 대단한 존재였습니다. 선한 것보다는 악에 가까운 존재로 등장할 때가 많았고 용의 대척점에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보통의 인간이 쉽게 대적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이미지가 강했죠.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무기를 가축으로 다루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비건의 이야기까지 꺼내지 않아도, 과연 소나 말이나 돼지가 높은 지능을 가진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말하는 소를 만나서 대화를 나눠본 이후에도 우리는 소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요?
주인공은 이무기 백정으로서 번민합니다. 그리고 그 번민은 결코 영웅적이지도, 현명하지도 않죠. 오히려 단순하고, 답답한 그런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동시에 너무나도 순수하기에 답을 찾아갑니다. 결코 외면하지 않고 이 모든 순간들을 받아들이죠.
소년만화스러운 특징들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화 한화에서 완결되는 작은 이야기들, 그리고 어떤 주인공과 대립하는 상대방과의 이야기 같은 것으로 이야기를 해석하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사실 그래서 더 흥미롭습니다. 한화 한화에 얽매이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린 작품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작가님은 연재 중에 많은 고민을 하고 이야기를 틀었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주제 의식과 완결성이 있습니다. 연재물보다는 완결된 이야기가 통째로 세상에 놓아지는 영화나 소설 같은 그런 작품들의 느낌도 받죠. 떠나보내기 아쉬운 캐릭터들이 완결에 가서는 어찌나 가슴을 찡하게 하는지요. 어쩌면 완결까지 모두 연재가 끝난 지금이 연재 중보 다도 더 이 작품을 감상하기에 적기가 아닌가도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