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 닉 수재니스

읽고보고맛보고 2021. 6. 22. 21:29

만화 철학책이라는 말을 듣고, 교육 만화를 생각했습니다. 철학을 만화로 풀어낸 그런 거 말입니다. 먼 나라 이웃나라 같은 그런 작품을 생각한 건 아니지만, 어떤 이야기책이라고는 상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철학적 메시지보다 기존의 철학들에 대한 기발한 형태의 설명과 어떤 만화적 이야기로 풀어낸 철학자들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당황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표지를 보면 이 작품이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임을 깨닫게 되죠. 그리고 이 작품이 만화인 이유는 저자의 철학적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죠. 어느 한 컷도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컷이 없습니다. 이렇게 오래도록 읽어야 했던 만화책은 처음이었어요. 한 컷도 쉽게 지나갈 수가 없더군요. 저자는 제목 그대로 '언플래트닝'을 말합니다. 관점의 전환이라고 번역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차원적 확장이라고 해도 조금은 어색하네요. 저자가 자신의 졸업 논문으로 만화를 선택한 것도 언플래트닝의 한 방법이겠죠.

 

작품은 이야기적이지 않습니다. 제가 읽어본 가장 어려운 만화이며, 그의 만화는 그의 메시지를 설명하기 위하여 집중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언플래트닝을 통하여 우리가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도 느낄 수 있죠. 이 저자의 정성을 들인 삽화들을 보고 있으면, 그가 보여주는 인류애에 감화되어 조금은 더 인간의 대단함에 감탄할 수 있게 됩니다.

 

만화라는 이유로 조금 편하게 철학에 접근해보려는 분들에게는 추천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철학에 관심이 있고, 어떤 틀을 깨는 작품들에 도전하기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