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절대 화폐가 될 수 없다” f. 차현진 한국은행 국장 [신과함께 #178], 삼프로TV _경재의신과함께
저는 삼프로 티비를 좋아합니다. 매우 즐겨보는 편이죠. 이제는 염블리, 장블리같은 분들도 익숙해졌어요. 꼭 매번 직접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그냥 라디오처럼 틀어두고 듣는 편이죠. 사실 지금도 장우석 본부장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삼프로TV에서는 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에는 종종 초대손님을 모십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출연한 적이 있고, 이번에는 차현진 한국은행 국장님이 출연하셨더라고요. 약 1시간의 영상인데 시간이 훌쩍 가더군요.
코인에 대하여 한국은행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들어볼 수 있었어요. 시장에서 만든 화폐와 국가가 만든 화폐 간의 역사에 대하여도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죠. 과거에도 시장이 화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고,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민간이 만들려고 했던 화폐는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었죠. 이런 시각으로 보니 비트코인이 엄청난 혁명이 아니라는 것이 보이더군요. 블록체인은 기술적으로 혁명적인 개념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코인이 혁명적인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화폐의 개념까지 케인즈 개념까지 다시 정의해서 보니까 비트코인을 어째서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차현진 국장님은 결국 암호화폐는 화폐라고 정의할 수는 없고, 암호자산으로 분류해야 하고 자산이라는 것은 어떤 것도 될 수 있다고 정의하시더군요. 세상에 우리가 있다고 믿는 모든 것은 사실 우리의 믿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요. 돈은 인류가 공유하는 믿음으로 실존하는 가치가 되었으니까요. 우리는 종종 믿음의 힘을 우습게 보고는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내가 믿고 있다고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내재화된 믿음으로 대하고 있는 많은 가치들이 세상에는 있고, 그 대상이 가지는 가치는 대상 자체보다 믿음에 있으니까 세상 어떤 것도 사람들이 모두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면 자산이 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차현진 국장님이 한국은행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암호자산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말씀하셨죠. 하지만 분명히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하여 그 가치는 인정하지만, 기술의 가치와 자산의 가치는 별게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 훌륭한 기술이라고 항상 비싼 것은 아니니까요. 그건 사실 당연한 일이죠. 결국 믿음으로 만들어진 가치라면 어느 날 사람들 인식이 바뀌면 가치가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고요. 그래서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CBDC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정말로 그냥 '아~~ 이게 대센가보다.'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전기자동차의 보급 확대도 나라마다의 사정이 있거든요. 핀란드, 노르웨이 같은 조력발전이 활발한 국가는 국가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대부분을 쉽게 얻을 수 있어서 전기자동차의 보급률이 확대되면 엄청나게 효율적이거든요. 하지만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전기가 부족하고, 화력발전의 비중도 굉장히 높다 보니 전기자동차가 늘어난다는 것이 무조건 쉽게 가능한 것은 아니거든요. 제 분야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생각해왔으면서 CBDC에 대해서는 '중국도 하고, 캐나다도 하고, 그러니까 그냥 다 이거 금방 할 거고 우리는 늦었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저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정부의 규제도 이해가 갑니다. 한국은행 국장님이 세금을 거두고 규제를 한다면 상응하는 조치도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정부의 규제가 호재냐, 악재냐하는 사람들에게 호재라고 말씀하신 것과 비슷하죠. 하지만 마냥 호재라고는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아요. 정부가 보호해야 하는 것은 코인의 가격이 아니라 이 시장 자체죠. 거래소가 난립하고 있는 현실에서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거래소를 정리하고, 어느 정부 부처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이 시장을 관리할 것인지도 정리하기 위하여 정부도 나름대로의 고민과 노력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9월까지 거래소들의 정식 등록을 요구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봐야겠죠. 국장님께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을 말씀해 주셨는데, 동일 자산이 여러 거래소에 등록되어 있는 것도 문제라고 하시는데 설득력도 있어 보였습니다.
보통 삼프로TV에 출연하시는 애널리스트분들은 말씀이 조심스러우셔서 조금은 답답한 측면도 있는데, 이 편은 정말 솔직하게 아시는 거 많이 얘기해주시는 거 같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한국은행이 나름의 의견도 가지고 있고, 그 의견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우리 정부의 관점이 잘못되었을 경우에도 대응을 하려고 계속 준비는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레 멀리서 보면 남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고, 겉에서 보고 욕하는 건 쉽지만 들여다보기는 어려운 법인데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니 나름대로 정부도 한국은행도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공부가 많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