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김초엽 작가의 SF소설입니다. 단편집으로 총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죠.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007 페이지), 스펙트럼 (057 페이지), 공생 가설 (097 페이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145 페이지), 감정의 물성 (189 페이지), 관내분실 (219 페이지),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273 페이지) 이렇게 일곱 편입니다.
솔직한 말로 저는 이 소설을 SF소설로 분류하는 것이 조금 꺼려집니다. SF소설은 문자 그대로 Science Fiction입니다. 다시 말해 '과학적' 이어야 하는 거죠. 저는 솔직히 말해서 이 작품의 발상들이 '과학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먼 미래의 우주와 복제인간의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그 묘사들에 굉장히 과학적인 모습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종류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펼쳐지는 감정들에 더 집중하고 있죠.
SF 소설로서 이 작품을 기대하면 실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기반한 새로운 세상의 개연성에 주목하면 뭔가 허술하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SF 소설의 새로운 시선이라고 생각하면 느낌은 다릅니다. 새로운 배경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물음을 던집니다. 우리를 전혀 다른 환경에 가져다 놓으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지 또 어떤 감정을 느낄지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던집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마음에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한국의 새로운 SF 소설을 기대했던 저에게는 조금은 실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은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그런 흡입력이 있는 새로운 형태의 '한국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