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발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에릭 슈미트

읽고보고맛보고 2021. 2. 19. 00:02

 빌 캠벨, 윌리엄 빈센트 켐벨 주니어 (William Vincent Campbell Jr.)에 대한 책입니다. 저는 처음 듣는 사람입니다. 책에서도 그는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묘사합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들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사람이라고 묘사하죠.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2016년 타계한 코치 빌에게 바치는 찬사입니다. 책에는 저자인 에릭 슈미트를 비롯하여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거물들이 등장합니다.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마크 저커버그, 셰릴 샌드버그, 팀 쿡, 제프 베조스, 순다이 피차이 그리고 스티브 잡스까지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 거물들이 책 내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빌 캠벨과의 에피소드들이 펼쳐지죠.

 

 빌 캠벨은 정말 재밌는 사람입니다. 풋볼 선수, 그리고 풋볼 코치였던 그는 40세에 실리콘 벨리로 넘어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코닥의 임원이 되었죠. 이 중간 과정이 누락되는 바람에 그가 대체 어떻게 코닥의 임원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그 이후에 그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에서 활약하는 모습들이 나타납니다. 

 

 경영에 관한 특별한 인사이트를 보여주거나, 기업을 일으켜 세우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에피소드는 없습니다. 코치라고 해서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선수들에게 조언을 하는 사람과는 다르죠.  풋볼 선수 출신의 그는 전문지식에 있어서 실리콘밸리의 거물들과 견주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그는 임원들의 코치였습니다. 그는 큰 소리로 욕을 하고, 사람들과 뜨겁게 포옹합니다. 그는 사랑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그의 선수들과 감정적으로 함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의 고민을 나누고, 언제나 옳은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었죠.

 

 실리콘밸리는 저에게 막연히 무시무시한 곳이었습니다.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들이 모여있고, 조 단위의 돈을 움직이는 사람들 세계 최고의 천재들이 그곳에 있으니까요. 그런 만큼 당연히 그 천재들이 숫자로 세상을 꿰뚫어 보면서 세상 누구보다 완벽한 결정들을 척척해내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결정들로 우리들의 직장과는 다른 곳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빌 캠벨의 이야기를 보면 그 천재들의 세상에도 서로 감정이 상해서 틀어지고, 비이성적인 결정들을 내리고, 서로 간의 유대관계를 필요로 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최고 천재들도 우리가 그렇게나 후진적인 문화라고 생각했던 가족모임을 하고, 같이 어울려서 술을 마시고, (우리로 치면 '회식'이 되겠죠.) 그렇게 사람들이 친해져야만 성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동지애를 발휘하고자 했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그렇게나 지양하고자 했던 그런 문화들을 실리콘밸리에서 구현한 빌 캠벨의 이야기가 책 내내 펼쳐지죠. 그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결정을 내리는 '감독'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모범이 되는 '멘토'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야말로 '코치' 였죠. 선수들과 함께 고민하고, 그들이 어떻게 하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함께 노력하는 거죠.

 

 물론 우리와는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오너 경영 문화가 지배하는 우리 기업들과 전문 경영인들과 임원들이 여러 기업들을 수없이 이직하며, 인재들의 전략적 재휴와 합종연횡이 일상인 실리콘밸리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겠죠. 그곳이 얼마나 확실한 개인주의적 문화 그리고 철저한 성과주의로 흘러갔으면, 빌 캠벨의 이런 이야기들이 그들에게 위대한 코칭이 되었을까 하는 역설적인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을 친하게 만들고,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해주고자 했던 그 이야기들이 말이죠.

 

 '가족 같은 회사'의 악몽에서 우리는 탈출하고자 달리고 있습니다만, 빌 캠벨은 다른 의미에서 실리콘밸리에 '가족같은 회사'를 만들고자 했던 것 같은 이 아이러니함이 재미있습니다. '열정 페이'와 '성과 주의' 사이 어딘가에 답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책에서는 우리 모두가 '코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빌 캠벨이 혐오했던 '사내정치'를 집어던지고 진짜 '팀'을 만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하죠. 저는 이 답에 매우 동감했습니다. 다만 이 팀을 이용하려 드는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사내 정치인'과 '무임승차자'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되겠지만 말입니다.

 

 책은 교훈들을 에피소드들 뒤에 끼워 넣으면서, 자기 개발서적인 메시지들을 던져줍니다. 물론 자기 개발서가 항상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장르이듯이 이 책의 교훈들도 누군가에게는 와 닿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아프니까 청춘이다.'같이 들릴 것 같네요. 다만 그런 교훈들을 빼고서도 이 책에서 다뤄지는 애플과 구글을 비롯한 기업들에서 벌어졌던 에피소드들은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비즈니스와 미국의 첨단 기업들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할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