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입니다. 정말 많이 쓰는 작가죠. 사실 어떻게 보면 양산형 추리소설 작품들을 쓰는 작가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은 거의 없습니다만, 이야기꾼으로서 그는 언제나 믿고 읽을만한 작품들을 씁니다.
이번 작품이 매우 특별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만약 특별하다면 새로운 탐정 역의 '블랙 쇼맨'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으로 특별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충분히 이후 작품에도 탐정 역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가가 형사' 시리즈 이후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소 거친 타입의 형사 역으로 등장하는 이 인물은 마술사 출신이라는 이유로도 흥미롭거든요.
사실 트릭이나 기타 사건의 규모 등은 사실 그렇게 흥미롭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페이지는 잘 넘어가는 소설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저의 평가입니다. 다만 흥미로운 부분은 이 소설이 '코로나의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소설 작품을 쓰는 것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소설의 배경으로 현재를 선택하는 경우도 그렇게 많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코로나의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문학 작품을 저는 처음 접했고, 그것 자체로도 이 소설은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웹툰, 영화, 드라마 모두 다 코로나가 없는 평행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위화감이 들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직하게 지금 우리가 있는 현실을 배경으로 일본의 어딘가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작품을 썼죠.
일본은 확실히 개인보다 전체를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죠. 설명문이 아닌 이런 소설은 오히려 포장하지 않은 일본의 코로나에 대한 태도를 엿보게 해주거든요. 작품은 코로나로 아프거나 죽은 사람들보다 코로나로 인하여 와해된 시골의 공동체에 대한 묘사가 더 많이 나옵니다. 개인을 더 중시하는 문화라면 지금 공동체 문화, 지역 활성화를 강조하는 자체가 거부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인물들이 '관광객이 적어 저서 큰일이야.'라고 말합니다. 개인들의 불행보다 지역 사회의 미래를 더 걱정한달까요. 개인의 불행을 걱정하는 것조차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 개인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코로나의 세계를 배경으로 작품이라는 이유로 한번쯤 읽어볼 만한 작품입니다. 물론 작품 자체도 너무 진지하거나 어렵지 않고 쉽게 쉽게 넘어갑니다. 이야기도 제법 재미있어요. 살인 사건과 그 해결이 주이지만, 여주인공의 연인 이야기, 결혼 이야기 같은 것들이 주변 이야기로 나름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다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꽉 채운 이야기 세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나름 킬링타임용 추리 영화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의 세상을 배경으로 쓰인 작품을 읽고 싶은 분들은 한 번쯤 읽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