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의 어릿광대,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입니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구사나기 형사와 유가와 교수입니다. 꽉짜인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각 단편은 쉽게 쉽게 술술 넘어갑니다. 이야기를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이 작품의 단편들은 작가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내세워서 즐겁게 썼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많습니다. 역사에 남은 위대한 고전들은 모두 그런 고전이 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저 쉽고 재밌게 읽히는 이야기는 그런 고전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읽히는 이야기가 가진 힘은 그 나름대로의 대단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정말 즐겁게 본인의 상상력을 풀어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더 놀랍습니다. 좀처럼 재밌는 글을 쓰지 못하는 저에게는 더 놀랍네요.
길게 쓸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누군가 책읽기 자체를 시도해보고 싶은데 좀처럼 책을 고르지 못하고 있다면 이 책은 어떨까 싶네요. 단편, 단편을 끊어서 읽어서 호흡을 고르기도 쉽고, 너무 쉽게 읽히는 이야기는 이해가 어렵지도 않습니다. 내용 자체는 흥미롭고 재밌으면서, 모든 이야기에 일관된 캐릭터를 가져와서 인물 파악이 어렵거나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한 권을 모두 읽고 나면 내가 이 두꺼운 책을 읽었다는 성취감도 생깁니다. 다음에는 더 얇은 고전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길지 모르겠네요.
물론 새해는 3달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새해를 맞이해서 책읽기를 시작하고 싶다면 한번 읽어 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